Go to contents

대체교사 없는데 교육받느라 어린이집 수시로 비워

대체교사 없는데 교육받느라 어린이집 수시로 비워

Posted January. 17, 2013 05:24,   

ENGLISH

서울 강북구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지난해 각종 교육을 받느라 20번 이상 어린이집을 비웠다라고 16일 토로했다. 보건복지부에서 실시하는 어린이집 관련 지침 교육을 받은 뒤 서울시 지침 교육을 따로 받는 식이었다. 그는 식품위생이나 교통안전 관련 교육처럼 매년 큰 차이 없이 같은 내용을 반복하는 교육도 많다라고 말했다.

교육이 너무 많다. 모든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들이 호소하는 고충이다. 원장들은 우리가 교육을 게을리하거나 안 받겠다는 말처럼 들릴까 걱정된다라면서도 현실적으로 일을 할 수가 없을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국회에서 망치질 할 때마다

어린이집 교사들이 받아야 할 교육도, 어린이집에서 아동들에게 해야 할 교육도 많다. 사회적 파장이 큰 사건 사고가 생길 때마다 국회에서 내놓는 대책 법안 한구석에 으레 어린이집에서는 이런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라거나 어린이집 교직원들은 이런 교육을 받아야 한다라는 조항이 들어가다 보니 현장에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교육이 많아졌다.

서울 은평구 대조동의 우림어린이집 김애리 원장은 받아야 할 교육이 너무 많아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라고 했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실이 파악한 어린이집 의무교육은 가짓수가 15개, 연간 교육시간이 총 125시간이다. 여기엔 포함되지 않지만 어린이집 처지에서는 사실상 의무인 것도 많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요구하거나 교육 이수증을 제출하면 어린이집 평가에서 가점을 받을 수 있는 것들이다.

옴부즈만실 자료에 따르면 어린이집 급식소 책임자는 식품위생관리 책임자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와 별도로 조리사와 영양사는 조리사 및 영양사 교육을 받아야 한다. 각각 한국식품산업협회와 한국조리사회중앙회가 교육을 담당한다. 교육비는 어린이집 몫이다. 한 어린이집 원장은 각종 협회에서 어린이집을 자기들의 먹을거리로 여기고 국회에 로비해서 이런 규정을 만드는 것 아닌가 의심이 든다라고 말했다.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날짜가 한정돼 있고 교육 장소가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어린이집의 불만을 사는 요인이다. 교육이 당일치기가 아니라 여러 날에 걸쳐 있을 때는 자격 있는 대체 교사를 구해야 하지만 이도 쉽지 않다. 한 어린이집 원장은 이런 때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나기 쉽다라며 형식적인 교육을 받는 것이 아이들을 돌보는 것보다 중요한지 모르겠다라고 푸념했다.



장강명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