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4강 중에서 유일하게 중국에 특사단을 보낸다. 먼저 특사를 보낸 중국정부의 요청에 화답하는 형식이지만 역대 정부가 거의 예외 없이 미국을 첫 특사파견국으로 택했거나 4강에 동시에 특사를 보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새로운 시도로 볼 수 있다. 박 당선인은 선거과정에서 수교 20주년을 넘긴 양국관계를 명실상부한 전략적협력동반자 관계로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공약했다. 5년 전에는 박 당선인 스스로 이명박 정부의 특사로 중국을 다녀온 적도 있다. 특사단 파견이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를 정점으로 지난해 11월 출범한 5세대 지도부와 협력관계를 돈독히 하는 출발점이 돼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한미관계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 반면 한중관계는 상대적으로 소원했던 것이 사실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동북아 균형자를 자처하며 대미() 대중() 등거리 외교를 펴면서 한미동맹이 최대의 위기를 겪었던 상황을 극복한 것은 평가할 만 일이지만 지나친 미국 편향으로 기울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박 당선인의 대외정책 기조는 한미동맹을 근간으로 하면서도 중국과의 전략적인 협력의 폭을 넓혀야 한다.
지난 20년간 한중관계는 경제분야 협력이나 인적교류 분야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거뒀지만 정치, 외교, 군사 분야에서는 극복해야할 장애물이 많이 남아있다.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도발사건의 경우 명백히 북한의 소행임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 채택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탈북자를 난민으로 규정해 강제북송하지 말라는 요구도 대답 없는 메아리로 돌아오곤 했다. 중국어선의 서해상 불법조업 근절대책처럼 양국정부가 실천할 수 있는 사안부터 차곡차곡 상호신뢰를 쌓아갈 필요가 있다.
박 당선인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친서를 가져온 커트 캠벨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일행을 접견한 자리에서 한미동맹 60주년을 계기로 21세기형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하기 위한 새로운 협력관계 구축을 다짐했다. 이 대통령의 독도방문 이후 한일관계가 최악의 상태에 빠졌지만 양국 새 정부 출범을 기점으로 새로운 관계 형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미국의 아시아로의 중심축 이동(pivot to Asia)과 중국의 해양굴기, 일본의 우경화 경향이 한반도를 중심으로 맞물리고 있다. 4강에 둘러싸인 지정학()적 환경 속에서 불안한 정세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한 외교역량의 강화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3차 핵실험 카드를 포기하지 않은 채 한국의 외교안보 역량을 시험하려는 북한의 도발본능을 억제하기 위해서도 4강 외교의 균형은 포기할 수 없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