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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커리 카페 재계 딸들의 전쟁

Posted November. 02, 2011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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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사옥 1층에 있던 커피숍 블루몬테가 올해 7월 오젠(ozen)이라는 베이커리 카페로 새로 단장해 문을 열었다. 언뜻 보기엔 커피숍 하나 바뀐 것에 지나지 않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간단치 않다.

오젠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딸들인 성이, 명이, 윤이 씨가 각각 전무로 있는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가 운영하는 베이커리 카페다. 오젠은 제주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1호점에 이어 양재동 사옥이 두 번째다. 최근에는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서울사무소가 있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기아자동차 국내영업본부 사옥에도 3호점을 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이를 두고 여타 그룹 총수 일가에 비해 조용한 행보를 보였던 현대차그룹의 여성 오너들이 베이커리 카페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정몽구 회장의 딸들은 어머니인 고 이정화 여사를 닮았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이 여사는 현대가()의 맏며느리 역할을 하며 정 회장을 묵묵히 뒷바라지해 그림자 내조의 전형으로 꼽힌다. 정 회장의 세 딸들도 그동안 외부로 드러난 활동이 많지 않았지만 오젠 사업을 계기로 변신을 꾀할 것이란 재계의 관측도 나온다.

베이커리 카페는 재계 오너 일가인 로열 패밀리, 그중에서도 여성 오너들이 큰 관심을 기울이는 사업 중 하나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딸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은 달로와요 베키아 에 누보라는 조선호텔 베이커리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빵과 커피 등을 파는 아티제를 운영하는 자회사를 갖고 있다. 최근에는 롯데가 3세인 장선윤 블리스 사장이 고급 카페형 베이커리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삼파전을 벌이고 있다. 여기에 현대차그룹의 세 딸이 가세해 경쟁은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달로와요가 프랑스 고품격 베이커리를 표방하고 있고 아티제는 일본 유명 디자이너가 인테리어를 맡는 등 고급화 전략을 펼치는 만큼 오젠 역시 고급화 전략으로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의 세 딸은 해비치호텔 대표이사를 지냈던 어머니 이정화 여사가 2009년 별세한 후 적극적으로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의 경영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정명이 전무는 호텔 장식물과 집기를 직접 들여놓을 정도로 호텔사업에 대한 애정이 각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공격적인 경영을 펼치며 이부진 사장과의 경쟁을 예고하기도 했다. 제주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해 6월 스파 아라라는 고급 스파를 열었고 유기농 식이요법과 제주도 전통 마사지를 접목한 서비스를 내놨다. 또 기아자동차의 고급 세단 K5를 시승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내놓아 호응을 얻었다. 이에 맞서 이부진 사장 역시 제주 신라호텔에 프라이빗 비치를 만들고 야간 수영 등 고객유치를 위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벌이면서 제주도 호텔 사업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진 바 있다.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오젠의 베이커리 맛이 입소문을 타고 인기를 끌면서 매장을 늘려가는 것이라면서 외식 사업이 호텔 사업과 별개가 아닌 연장선인 만큼 전무들이 큰 관심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선희 sun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