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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정일 고소

Posted August. 31, 2010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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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동포들에게 저지른 북한 김정일의 죄상은 지구촌에 현존하는 어떤 독재자, 흉악범과도 비교할 수 없다. 검찰이 실제로 그를 기소한다면 공소장만 해도 수만 쪽에 이를 것이다. 증인들까지 조사하려면 수사와 재판이 몇 년이나 걸릴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그런 김정일을 처벌하기 위한 움직임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납북자가족모임과 북한 정치범수용소 고문 피해자들은 변호사단체의 도움을 받아 김정일을 반()인도적 범죄혐의로 검찰에 곧 고소할 예정이다. 2차로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소도 검토 중이다.

국제형사재판소는 국가간 분쟁을 심판하는 유엔기구인 국제사법재판소(ICJ)와는 다르다. 2002년 설립돼 110개 회원국을 가진 ICC는 집단살해와 반인륜범죄 전쟁범죄 침략범죄 등 개인의 형사책임 문제를 다룬다. ICJ 재판은 분쟁 당사국의 합의가 있어야 가능한 반면 ICC에는 회원국은 물론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제소할 수 있다. 다만 유엔과 달리 ICC에는 미국 중국 등 강대국과 대다수 아랍 국가들이 가입하지 않아 활동에 어느 정도 한계는 있다.

ICC는 80만 명의 대량학살을 주도한 르완다 수도 키갈리 시의 타르시스 렌자호 시장에게 지난해 종신형을 선고했고, 인종청소 혐의로 체포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세르비아 대통령을 재판하다 그의 사망으로 중단한 바 있다. ICC는 또 2003년 다르푸르 내전 때 민간인 3만5000명을 살해한 혐의가 있는 수단의 오마르 알-바시르 현직 대통령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바시르는 ICC를 비웃고 있지만 국제사회는 ICC의 활동을 보면서 바시르의 반인륜범죄 혐의를 규탄하고 있어 체포영장은 결코 무의미한 것이 아니다.

ICC 회원국인 우리나라는 2007년 국제형사재판소 관할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ICC의 재판 대상 범죄를 처벌하는데 적극 협력하는 것이 목적이다. 사형과 무기징역까지 처할 수 있게 돼 있다. 이 법은 김정일 처벌의 근거가 되는 살아있는 법이다. 납북자 가족 등의 제소에 대해 검찰과 ICC가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당장 김정일을 출석시키거나 체포할 방법은 없지만 그의 죄상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축적하는 것만도 의미가 크다.

육 정 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