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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서울성곽 일부구간 흙으로 쌓았다

Posted July. 03, 2010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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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남산 백범광장에서 일제에 의해 훼손됐던 서울성곽과 백자 등 유물 100여 점이 발굴됐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지난해 12월부터 남산 서쪽 끝자락인 남산공원 백범광장 일대를 발굴 조사한 결과, 사라졌던 서울성곽 일부가 드러났다고 2일 밝혔다.

이 지역은 원래 조선의 수도 한양을 둘러싸고 있는 도성()인 서울성곽이 있던 곳. 일제가 1925년 조선인에게 일왕제 이념을 주입하기 위해 남산에 신사()인 조선신궁을 건립하면서 남산과 서울성곽은 본모습을 크게 잃었다. 광복 이후인 1950년대 말에도 남산 국회의사당 건립 계획이 추진되면서 남산의 성곽은 또 한번 훼손됐다. 1912년 지적원도에 따르면 195m 길이의 성곽이 있었는데, 이번 발굴을 통해 43m 정도가 보존돼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역사박물관 관계자는 성곽의 기저부와 본체가 35단가량 발굴돼 그동안 추정만 해왔던 서울성곽의 멸실 규모가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간 남산 서울성곽은 전체 구간을 돌로 쌓았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조사 결과 일부 구간은 기반암을 수직으로 깎아낸 뒤 점성이 강한 흙을 1520cm 단위로 다져 켜켜이 쌓아 올린 토축() 방식으로 조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흙을 쌓은 뒤에는 거칠게 다듬은 면석을 성벽에 덮어 성곽을 만들었다.

백자, 도기, 기와와 벽돌, 청동류, 동물 뼈 등 관련 유물 100여 점도 발굴됐다. 특히 성곽 기저부에서 백자 병 2점, 도기 병 3점이 함께 출토됐다. 백자 병은 아가리 쪽이 서로 교차하는 형태로, 도기 병은 거꾸로 뒤집혀 바닥이 하늘을 향해 매장돼 있어 무속적인 의미를 띠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종엽 jj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