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는 9월부터 모든 여행사들이 자격증을 가진 관광가이드만 채용하도록 관련법을 통해 강제할 계획이다. 그러나 치밀한 후속 대책 없이 막무가내로 접근해 오히려 중국인 관광 대란을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999년 이전까지는 관광진흥법에 중국인의 한국 여행을 위한 안내는 반드시 자격증을 가진 사람이 하도록 규정돼 있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 시절 규제 철폐 차원에서 이 규정이 사라졌다. 하지만 10년 동안 무자격 중국어 가이드로 인한 문제가 커지자 문화부가 지난해 법을 다시 개정했던 것.
개정된 법은 지난해 9월 26일부터 적용됐지만 10년 동안 자격증을 딴 가이드가 거의 다 사라졌기 때문에 단속을 하면 여행사가 모두 붕괴될 지경이 돼 버렸다. 결국 문화부는 급한 대로 최소한의 요건을 갖춘 무자격 가이드 328명에게 1년 기한의 임시 자격증을 발급했다. 그 임시 자격증을 활용할 수 있는 기한이 불과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9월 25일까지 특단의 대책이 나오지 않은 채 단속이 강행되면 가이드가 없어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할 수 없는 중국인 관광 대란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화부는 여전히 오락가락이다. 초단기 대책으로 9월 치를 시험에서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수험생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국사 시험의 난도를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초등학교, 중학교 수준의 실력이면 풀 수 있는 문항이라고 문화부 스스로 주장해 왔으면서 어떻게 수준을 더 낮출 수 있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또 국사나 관광법률 등의 과목을 중국어로 출제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한국을 제대로 이해하는 우수한 가이드를 확보하려는 시험 자체의 목적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가이드 시험을 시행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도 마찬가지다. 문화부에서 지난해부터 직간접적으로 시험 문제의 난도를 낮추라는 신호를 보냈지만 오히려 문제를 더 어렵게 출제해 지난해 35.1% 수준이던 합격률이 올해 4월에는 32.6%로 떨어졌다. 공단 관계자는 문제 출제는 총 12명의 출제위원이 맡고 있으며 모두 관광 분야의 교수들이어서 우리가 관여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여행사와 가이드들은 개정된 법에 따라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노력해야 하지만 문제가 너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특히 문화부가 별도의 교육과정을 개설해 9월 치르는 시험에 대비하도록 배려했지만 현재 수강자는 100여 명에 불과하다. 임시 자격증을 가진 가이드가 328명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대다수 무자격 가이드들이 자격증 취득에 안이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