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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군사전문가 전성시대

Posted May. 08, 2010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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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사건에 가장 많은 의혹을 제기한 전문가 가운데 한명이 박선원(47) 씨다. 1985년 연세대 삼민투 위원장이었던 그는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농성의 배후 조종 혐의로 구속돼 반미운동 1세대로 분류된다. 노무현 청와대의 386 탈레반 가운데 핵심 인물로 알려진 그는 노 정부 때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기획실 행정관과 대통령 통일외교안보전략비서관을 지냈다. 경영학 학사-석사 출신으로 2000년에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니 전공만 놓고 보면 군사전문가로 보긴 어렵다.

박 씨는 민군() 전문가들이 수두룩한 합동조사단이 천안함 침몰 원인으로 발표한 수중() 비접촉 폭발 대신 암초에 의한 좌초 가능성에 집착하는 듯하다. 지난달 28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가정이란 전제 아래 상상력을 동원해 천안함 스크류가 그물을 감고, 그물이 철근이 들어있는 통발을 끌어당기면서 우리 측이 바다에 깔아놓은 기뢰를 격발시킨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기뢰 폭발설을 거론했다. 이 정도면 NSC에서 근무한 지식이 박 씨에게 화가 되는지 약이 되는지 모르겠다. 과학적인 진상규명 작업이 종료될 때까지 기다려볼 여유도 없는 모양이다.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다양한 의혹과 설()은 2년 전 광우병 사태 때와 닮은 구석이 많다. 특히 사실과 진실이 아닌 주장으로 혹세무민()하는 전문가가 많고 좌파언론들이 그런 전문가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광우병 사태 때 좌파언론에 연일 등장해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온 국민이 광우병에 걸릴 것처럼 선동했던 전문가들은 아직도 그렇게 믿고 있는지 궁금하다. 한때는 설익은 광우병 전문가들이 설치더니 지금은 편향된 군사전문가들이 판을 친다.

누구나 자기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자유가 있지만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책임지지 못할 말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인터넷에는 이런 기초적인 상식조차 무시한 글들이 범람한다. 언론도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주장을 가려낼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정상적인 여론이 형성되고 숙의() 민주주의도 가능해진다. 국방부가 박 씨를 허위사실 유포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정부도 악의적인 유언비어나 허무맹랑한 설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권 순 택 논설위원 maypo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