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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연기자 60% 성접대 요구 받았다

Posted April. 28, 2010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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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 일을 하려면 세상을 더 알아야 해. 남자도 알아야 하고.

지난해 옷을 사주겠다는 기획사 대표를 따라나선 20대 중반 여성 연기자 A 씨는 대표가 모텔로 끌고 가며 이렇게 말하는 순간 소스라치게 놀랐다.

40대 중반 여성 연기자 B 씨는 광고주와 모델을 연결하는 브로커로부터 속칭 스폰서 제의를 받았다. 돈을 원하는 만큼 다 주겠다고 했지만 거절했다고 털어놨다.

사각지대에 놓인 여성 연예인들의 인권 실태가 처음으로 조사됐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여성연기자 111명과 연기지망생 240명 등 35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심층 면접을 진행해 분석한 내용을 담은 여성연예인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인권위 조사에 따르면 여성연기자 10명 중 6명(60.2%)은 기획사 관계자나 지인들으로부터 유력인사에 대한 성 접대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접대 상대는 재력가 25명(43.9%), PD(또는 감독) 22명(38.6%), 제작사 대표 13명(22.8%), 기업인 9명(15.8%), 광고주 8명(14.0%), 방송사 간부 7명(12.3%), 기획사 대표 7명(12.3%), 정관계 인사 5명(8.8%) 순이었다. 기획사 관계자나 PD 등으로부터 성폭행(강간) 등을 당한 적이 있다고 말한 연기자는 6.5%나 됐고, 신체 일부(가슴, 엉덩이 등)를 성추행 당했다고 답한 비율도 31.5%였다. 특히 여성 연기자 2명 중 1명(48.4%)은 성 접대를 거절했을 때 캐스팅이나 광고출연 등에서 불이익을 당했다고 답했다.

유력인사나 재력가에게 지속적으로 접대를 하고 후원을 받는 스폰서 제안을 받은 연기자도 응답자의 55%에 달했다. 20대 초반 연기지망생 C 씨는 아빠 같은 사람이 내 애인이 돼주면 원하는 것은 뭐든 다해 주고, 나는 너의 젊음을 사겠다는 제안을 한 적이 있다고 고발했다. 인권위는 특히 재정이 부실한 기획사일수록 여성 연예인을 통해 후원자를 받아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연예경영 사업자 자격을 엄격히 정하는 법을 제정하고 상담 창구나 멘터 시스템 등을 운영하며 인권 교육을 할 수 있는 연예인협회(가칭) 등을 설립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성열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