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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례없는 화산재 대란... 주범은 빙하

Posted April. 21, 2010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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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전역의 비행기를 일주일째 땅에 묶어두고 있는 에이야D랴외퀼 화산의 이름은 아이슬란드어로 섬에서 떨어진 빙하라는 뜻이다. 화산은 이름에 걸맞게 빙하를 뚫고 폭발했다. 그런데 화산 전문가들은 외퀼(빙하)이 없었다면 피해가 이렇게 크지 않았을 것이라며 빙하 때문에 화산이 광폭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사실 에이야D랴외퀼 화산의 마그마는 점성이 낮은 현무암 성분으로 이뤄졌다. 마그마의 점성이 낮으면 화산활동이 일어날 때 폭발하듯 분출되기보다 물처럼 땅을 타고 흐른다. 폭발력이 낮기 때문에 화산재도 많이 발생하지 않는다.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윤성효 교수는 온순한 현무암질 마그마가 빙하와 만나며 폭발력이 세지고 화산재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화산의 폭발력에 영향을 주는 요인으로는 물이 있다. 물이 마그마에 섞이면 높은 온도로 인해 수증기로 변한다. 마그마에 포함된 수증기는 압력이 낮은 지표로 노출되는 순간 급격히 부피가 팽창한다. 그래서 마그마에 물이 조금만 섞여 있어도 지면으로 분출되면 팝콘을 튀길 때처럼 동시다발적으로 강력하게 튀어 오르게 된다.

그런데 에이야D랴외퀼 화산의 마그마는 빙하를 만나며 엄청난 양의 물이 섞이게 됐다. 윤 교수는 대량의 물이 1200도가 넘는 고온의 마그마를 만나 일순간 수증기로 변했다며 그 결과 화산재를 상공 10km 이상의 높이로 날려 보낼 만큼 화산의 폭발력이 세졌다고 말했다.

빙하는 유럽의 하늘 전체를 뒤덮을 만한 양의 화산재를 만드는 데도 일조했다. 현무암질 마그마는 대개 먼 거리를 흘러내리며 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검고 구멍 뚫린 돌로 굳는다. 하지만 차가운 빙하를 만나면 급격히 냉각돼 입자가 서로 뭉쳐지기 전에 그대로 굳는다. 지름이 2mm가 채 안 되는 화산재가 대량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윤 교수는 넓은 면적을 덮을 수 있는 돌이 가루가 돼 하늘 위로 올라가 버린 셈이라고 설명했다.

에이야D랴외퀼 화산은 20일 화산재 분출을 멈추고 현무암질 마그마의 본래 특성대로 액체에 가까운 마그마를 내보내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조사연구실 황재하 책임연구원은 분화구 주변의 빙하가 이미 수증기로 변해 더 유입되는 물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에이야D랴외퀼 주변 빙하로 덮인 지역에 또 화산활동이 일어나면 많은 화산재가 다시 하늘로 올라갈 수 있다. 황 연구원은 아이슬란드는 지각이 벌어지는 해령 위에 있어 화산활동이 잦다며 이번 화산활동에 영향을 받아 기존 화산이 다시 폭발하거나 새로운 화산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19일 에이야D랴외퀼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화산재는 2327일에 한반도 상공을 통과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유럽에 폭넓게 확산되고 있으며 기류가 천천히 이동해 한반도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동혁 jer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