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때는 아니지만 뜻은 간절하다?

Posted March. 03, 2010 09:17,   

ENGLISH

청와대가 1일 현재로선 세종시 국민투표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공식 부인하면서 국민투표론 진화에 나선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은 세종시 문제의 근원적 해법 찾기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릴레이 의원총회를 열어 당론 수렴을 시도했으나 무위에 그쳤고 청와대 핵심관계자의 중대결단 발언을 계기로 국민투표 방안이 급부상하기도 했지만 이 대통령은 별 말이 없다. 실제 이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세종시 중대결단, 국민투표 시사라는 보도를 접하면서도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언제 어떤 방식으로 세종시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것인가.

목검승부 아니다

이 대통령의 중대결단을 언급했던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목검 들고 하다가 아니면 말고 하는 식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동아일보와 통화에서도 진검승부라는 용어를 썼다.

이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당내 토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당론 수렴 절차가 이뤄지지 않으면 적당히 명분을 찾아 물러서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일각의 관측을 일축한 발언이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들도 대부분 한나라당 내 친박(친박근혜)계와 일부 여권 인사들의 출구전략 주장을 일축한다. 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30일 한나라당 최고위원들과의 조찬간담회에서 성의를 다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설득해야 한다. 그래도 안 되면 길이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한 것을 놓고 당시 한나라당 일각에서 출구전략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지만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발표한 이후 청와대 분위기는 자발적인 중도 포기는 없다는 게 대세다.

진검승부의 내용은?

이 대통령은 어차피 세종시 문제를 꺼낸 이상 가부간 결론을 지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결론을 내리는 방식은 일단 당에 넘긴 상태다.

실제 이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한나라당 신임 당직자들과의 조찬간담회에서 당이 중심이 돼 결론을 내렸으면 한다고 당부한 뒤로 다른 절차적 해법을 제시한 적이 없다. 그러나 설 연휴 이후 한나라당 내 논의 과정을 보면서 이 대통령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대의정치 현실에 실망을 하고 있음이 감지되고 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가 이 대통령은 민주적 토론을 강조했고, 토론 후 승복하자고 했다. 하지만 대의정치 기능이 작동을 안 하고 있다. 정상적인 대의정치가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계속되면 결론을 내겠다는 것이다며 중대결단의 취지를 설명한 것도 이 같은 이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한다.

청와대는 최후의 카드로 국민투표 방안도 검토했고 이를 이 대통령에게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일부 언론은 이 대통령이 지난달 정운찬 국무총리의 주례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지방선거 전 국민투표 방안을 언급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선규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달 이 대통령에 대한 정운찬 국무총리의 주례보고가 두 차례(2일, 23일) 있었는데 녹취록을 확인한 결과 전혀 그런 말이 없었다.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정면 부인했다.

청와대의 한 참모는 한때 국민투표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은 사실이나 지금은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

절충안 나오면 승복?

이 대통령은 한나라당 중진협의체의 논의 과정을 일단 지켜보자는 태도인 것 같다.

중진협의체가 일부 정부 부처의 이전을 포함하는 절충안을 도출할 경우 이 대통령이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지도 중요한 포인트다. 청와대는 일부 정부 부처를 이전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게 공식 태도다. 하지만 이미 이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한나라당 신임 당직자 조찬간담회에서 개인 생각이 달라도 당에서 정해지면 따라가야 민주주의다. 마음이 안 맞아도 토론을 해서 결론이 나면 따라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친박계에 던진 메시지이기도 하지만 역으로 세종시 수정을 지지하는 쪽에 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의 의중을 잘 아는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이 대통령의 생각은 심하게 얘기하면 난 모르겠다. 당에서 알아서 하라는 것이다. 중진협의체가 잘 굴러갈지 알 수 없지만 현재로선 합의안 도출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국민투표 방안 등은 그 뒤에 할 수 있는 얘기다고 말했다.



정용관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