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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를 믿어, 네가 만족할 경기를 하렴

Posted February. 23, 2010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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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아가 스스로 만족해야죠.

딸의 경기를 보기 위해 22일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딸의 경기를 직접 보러 출국하는 것은 오랜만이다. 피겨 여왕 김연아의 아버지 김현석 씨(53사진)는 설날을 큰딸, 친척들과 함께 보냈다. 큰집이어서 친척들이 왔지만 작은딸 김연아와 아내의 빈자리가 컸다. 설을 온 가족이 모여서 보낸 것은 3년 전이 마지막이었다.

이제 떨어져 있는 것에 적응이 됐어요. 조금만 참으면 되지 않나 싶어요. 딸의 경기를 직접 본다고 생각하니 설레기보다는 긴장되고 불안하네요. 공식훈련 때 보러 갈까 싶기도 하지만 큰일을 앞두고 있는데 참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김연아는 이번 시즌 출전한 3개 대회(그랑프리 1차, 5차, 파이널)에서 모두 우승했다. 시니어 데뷔 뒤 16개 대회에 나선 김연아는 4번의 대회를 제외하고 모두 우승했다.

연아는 몸이 아파도 진통제를 맞고 정신력으로 경기에 나섰어요. 대회에 나갈 때마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하지만 매번 1등만 하니 1등 압박감에 시달리는 것 같아 걱정이에요.

이번 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테크니컬 패널에 미리암 로리올오버빌러(스위스) 심판이 배정됐다. 로리올오버빌러 심판은 그동안 교과서 점프라 평가받던 김연아의 연기에 이해하기 힘든 감점을 줘 논란이 됐다. 아버지로서 걱정도 컸다.

심판 배정은 예상했어요. 연아는 이제 자기와의 싸움을 해야 해요. 연아가 심판 때문에 신경을 써서 자기도 모르게 완벽하게 해야지라는 강박관념이 생길까 봐 걱정돼요.

피겨는 심판이 점수를 매기는 종목이다. 2002년 신 채점제도가 도입된 이후 심판의 부정 개입 여지가 줄어들긴 했지만 심심찮게 피겨 강국의 입김이 작용한다.

연아에게 피겨를 시키지 말걸 하는 후회를 한 적도 있어요. 수영이나 육상 같은 종목은 기록경기니까 부정이 개입될 여지가 없잖아요.

이런저런 고민과 걱정, 근심 등이 많은 김 씨였지만 딸이 금메달을 딸 것이라는 생각만큼은 확고했다.

저는 확신해요. 연아가 금메달을 딸 것이라고 말이죠. 그렇다고 연아에게 금메달을 꼭 따라고 이야기를 한 적은 없어요. 친구들과 주위 사람들이 금메달 꼭 따야죠라고 말하면 그런 이야기 하지 말라고 해요. 그냥 하늘에 맡기는 거라고 이야기해요.

김 씨는 그동안 힘든 적도 많았지만 세계 최고 선수의 부모라는 것에 감사해했다.

연아는 하늘이 피겨를 시키려고 내려 보낸 것 같아요. 하느님이 어느 부모에게 보낼까 하다 우리한테 보냈어요. 연아 엄마와 제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는지 몰라요.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때마다 도움을 받고 해결이 되고 그랬어요. 아마 하늘이 주신 아이라 하늘이 보살펴 주신 것 같아요.

딸이 세계적인 피겨 스타가 되기까지는 물론이고 그 이후에도 김 씨는 아버지로서 많은 부분을 포기해야만 했다.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영광스럽게 여기고 싶어요. 많은 사람들이 자식에게 피겨를 시켜 이런저런 고생을 하지만 우리만큼 잘되지는 않았잖아요.

김 씨는 아버지로서뿐만 아니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김연아의 금메달을 고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아요. 금메달이 나오면 좋겠지만 최선을 다해 연아가 만족하는 경기가 됐으면 좋겠어요.



김동욱 creat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