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하토야마 딜레마

Posted December. 09, 2009 09:02,   

ENGLISH

올해 9월 출범한 일본 민주당의 하토야마 유키오 정권이 잇단 악재로 흔들리고 있다. 집권 직후 75%에 이른 지지율은 계속 하락해 최근 59%로 떨어졌다. 아직은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하강 속도가 너무 빠르다. 정권의 발목을 잡는 핵심 변수는 외교와 경제 분야에서 두드러진 선거공약과 현실 사이의 딜레마다.

하토야마 총리는 총선 과정에서 오키나와현 후텐마 미군비행장을 오키나와 밖으로 옮기겠다고 약속했다. 반면 미국은 후텐마 비행장을 오키나와 슈와브 기지로 이전하기로 한 2006년 미일 합의를 지키라고 촉구한다. 두 나라 협의가 삐걱거리면서 신()정권에 대한 미국의 불신은 커졌고, 일본 외교의 중심축인 대미()관계는 최악의 국면을 맞고 있다. 미국은 내년 미일 안보조약 개정 30주년을 앞두고 올해 시작하려던 동맹협의 강화방안 회의도 연기했다.

하토야마 정권은 대기업과 수출 위주 경제정책을 중소기업과 내수복지 중심으로 바꾸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위기와 엔화 강세 속에서 하토야마 불황을 초래하는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이 만만찮다. 일본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해 어제 7조2000억 엔 규모의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키로 했지만 효과는 미지수다. 내년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 전망치는 무려 199.8%로 한국(36.9%)은 물론 미국(97.3%)보다도 훨씬 높다. 총리의 정치자금 스캔들과 연립여당 및 민주당내 불협화음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아사히신문은 지난달 하토야마 내각의 지지율 변화가 1993년 8월 비()자민연립정권을 출범시켰다가 8개월 만에 퇴진한 호소카와 내각과 기묘하게 닮았다고 분석했다. 호소카와 총리의 조기 퇴진을 불러온 것도 미일 관계 악화, 경제난, 총리의 정치자금 문제였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며칠 전 하토야마 정권이 내년 7월 참의원 선거까지 가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54년만의 실질적 정권교체를 이룬 하토야마 정권의 단명()을 점치기는 이르지만 가시밭길이 많은 것은 분명하다. 최근 일본 정국()의 흐름은 정권창출 못지않게 집권 후 성공적 국정 운영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새삼 일깨워준다.

권 순 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