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박찬호, 데릭 지터,A-로드깵 WS의 세 영웅

Posted November. 07, 2009 08:40,   

ENGLISH

뉴욕 양키스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09 월드 시리즈는 어느 해보다 볼거리가 많았다. 양키스의 부활도 볼만했고 국내 팬들에게는 무엇보다 데뷔 후 처음 월드시리즈 무대에 선 박찬호(36필라델피아사진)의 호투가 인상적이었다.

1994년 LA 다저스에 입단한 박찬호는 오랫동안 한국인들에게 메이저리그 그 자체였다. 세계 최고 야구 무대에 코리안 루트를 뚫은 그가 16시즌 만에 월드시리즈 마운드를 밟았으니 팬들의 가슴은 설렐 수밖에. 그는 월드시리즈 2, 4, 5, 6차전에 나가 3과 3분의 1이닝을 던져 1점도 내주지 않고 호투했다. 기록도 좋았지만 그가 등판한 상황에 더욱 눈길이 간다. 박찬호는 한두 점 차로 뒤진 상황이나 1점도 내줄 수 없는 결정적 순간 마운드에 올랐다.

박찬호는 4번의 등판에서 톱타자 데릭 지터를 3번 만났다. 결과는 스리 번트 삼진, 볼넷, 1루 땅볼로 박찬호의 승리. 양키스 공수의 핵인 지터를 세 번 상대한 데서 보듯 찰리 매뉴얼 필라델피아 감독은 박찬호를 굳게 믿었다.

박찬호와의 대결에선 별 재미를 못 봤지만 미스터 양키 지터는 올해 누구보다 빛났다. 그는 월드시리즈 타율 0.407에 포스트시즌 전체로는 0.344의 맹타를 휘두르며 팀 우승을 이끌었다. 재작년 디비전 시리즈에서 0.176으로 부진했던 그였기에 팬들은 캡틴의 부활에 환호했다.

지터는 뉴욕 시민뿐만 아니라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전국구 스타다. 결정적 순간 한 방과 환상적인 수비로 올해의 명장면에 유난히 많이 출연했다. 또 대다수 스타들이 귀찮아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미국 대표 유니폼을 2회 연속 입은 애국심은 그를 둘러싼 거품 논란을 잠재우고도 남는다. 골수 양키스 팬이라면 5000억 원을 들여 잡은 자유계약선수 삼총사보다 양키스에서만 15년을 뛴 지터가 우승의 일등 공신이라고 여길 것이다.

최고 연봉(3300만 달러)으로 늘 관심의 대상인 알렉스 로드리게스도 이번 월드시리즈의 주인공이다. 그는 올 포스트 시즌에서 홈런 6개와 타율 0.365로 활약했다. 그는 생애 첫 우승의 감격과 함께 큰 경기에 약하다는 오명을 날려버렸다.

올해 월드시리즈는 오래 기억될 듯하다. 한국인, 미국인 그리고 야구팬에게 존재만으로도 큰 의미인 세 스타가 유난히 빛났기에 그렇다.



한우신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