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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저 순풍이 3고 파도로 한국경제

Posted October. 08, 2009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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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원화가치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시장금리와 국제유가도 꾸준히 오르면서 2005년에 이어 다시 원화가치, 금리, 유가가 동시에 오르는 새로운 3고()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9월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재정 및 통화확대 정책과 이로 인한 저금리 낮은 원화가치 원유 등 원자재 가격 하락의 3저() 효과를 안전판으로 기지개를 펴 온 한국 경제가 전혀 새로운 전쟁터로 진입해 가고 있는 것.

실제 기업은 그동안 버팀목이 되어온 환율효과가 사라지고 원자재 가격이 오르는 열악한 환경에서 수출전쟁을 치러야 하고 정부는 금리 상승으로 인한 가계 부채의 부담과 물가인상 등에 대처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하게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국내외에서 쏟아지는 한국 경제의 조기 회복에 도취되지 말고 신()3고 시대에 대한 준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신3고 시대 눈앞에

올해 3월초 달러 당 1570원 대로 정점에 올랐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170원 대로 떨어지면서 원화 가치가 불과 7개월 만에 25.5% 상승했다.

문제는 주요국과 비교해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것. 7일 동아일보가 국제금융센터에 의뢰해 선진 20개국(G20)의 9월 한 달 동안의 통화 절상 속도를 비교해 본 결과 원화 절상률은 4.9%로 20개국 16개 통화 가운데 3번째로 높았다. 브라질 레알화(5.2%)와 러시아 루블화(5.0%)를 제외하고는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금리와 유가도 오름세다. 기준금리는 2.0%로 6개월째 동결됐지만 주택담보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는 7월 초 2.41%에서 7일 2.79%로 뛰었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금리는 최근 연 6.5%를 넘어섰다.

중동산 두바이유 평균 현물 가격은 올해 1월 배럴당 평균 44달러였으나 9월에는 67달러로 올랐다. 이광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내년 경기가 완만하게 회복되면서 수요가 늘어나 연내에 유가가 7585달러를 오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 메릴린치는 세계 경제 회복속도가 빠르면 내년 유가가 100달러 이상으로 뛸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유뿐만 아니라 구리 아연 니켈 등 국제 광물 가격 등 원자재 가격도 최근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는 한국 경제

3고와 3저는 역사적으로 경제 흐름을 바꿔 놨다. 1980년대 후반 3저 현상으로 한국 경제는 최대 호황을 누렸지만 3고를 겪었던 2005년의 거시경제 성적표는 좋지 않았다.

재정부가 9월에 마련한 거시경제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실질실효환율(교역상대국 비중과 물가수준을 고려해 추정한 통화 실질가치) 기준으로 원화가치가 5% 오르면 경제성장률은 0.1%포인트 떨어진다. 수출 감소가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주된 요인이다.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기업의 이자부담은 월 4200억 원, 가계는 3300억 원 늘어난다. 재정부는 이자 수입 증가를 감안하더라도 순이자 부담은 각각 월 2800억 원, 800억 원 늘 것으로 봤다. 국제유가가 10% 오르면 민간소비는 0.12%, GDP는 0.21% 떨어진다. 가계와 기업의 구매력을 감소시켜 내수를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3고는 경제 회복에 수반되는 현상이긴 하지만 이 같은 부정적 요소들이 한꺼번에 겹치기 때문에 그 여파가 훨씬 커질 수 있다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경기 회복이 가시화되면서 내년에 신3고 현상을 맞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가계는 은행 대출을 최대한 일찍 갚고 기업도 자금 흐름을 재점검하고 비용 구조를 효율화해 수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도 현 추세를 면밀하게 관찰하며 대응책에 고심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환율 움직임과 관련해 지금은 (원화 절상) 속도가 다소 빠르다며 외환 당국이 시장의 예측대로만 하라는 법은 없으며 계속 지켜보고 있다는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하지만 환율과 유가는 외부 요인이기 때문에 정부가 손 쓸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박형준 장원재 lovesong@donga.com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