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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유리창 바꿀 돈으로 차한대라도 더

Posted September. 14, 2009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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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량이 늘어 힘들긴 하지만 쌍용자동차를 살려야 한다는 일념으로 하루하루 작업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11일 경기 평택시 쌍용차 조립3공장에서 만난 이영호 조립3팀 차장은 파업이 끝나고 생산현장에 복귀하니까 일하는 고마움을 느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자력 회생이 힘든 쌍용차로서는 15일 제출하는 회생계획안의 수용 여부가 향후 생사를 판가름할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77일간의 장기파업을 경험한 현장 근로자들의 얼굴에도 생산성을 조속히 회복하고, 신차를 개발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함이 절절히 배어 있었다. 회사 살리기에 발 벗고 나선 쌍용차의 생산공장과 연구소, 협력업체를 둘러봤다.

근무태도 바뀌고 생산효율 30% 증가

최근 쌍용차는 업무효율을 높이기 위해 생산라인 근로자들의 작업 동선과 품질 및 안전점검 항목 등을 정한 표준작업표를 새로 만들어 다음 달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표준작업표는 과거에도 있었지만 직원들이 번거롭다는 이유로 기피해 거의 사문화됐다. 국내에서는 GM대우만 시행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대부분의 자동차업체가 표준작업표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 최근 민노총 탈퇴는 이처럼 달라진 노사관계를 극명하게 보여 주는 사례다. 극한투쟁으로 일관한 노조 이미지를 버려야 회사가 살 수 있다는 직원들의 인식이 현실로 반영된 것. 쌍용차 관계자는 장기파업을 벌인 일부 노조원이 1년 뒤 무급휴직을 마치고 복귀하면 바뀐 회사 분위기에 적응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생산성 향상에 전사적 역량을 기울이면서 효율성이 크게 좋아졌다. 쌍용차에 따르면 시간당 생산대수(JPH)가 파업 이전 17대에서 현재 22대로 29.4%(5대)나 늘었다. 김춘식 조립3팀 차장은 파업 이후 근무에 임하는 직원들이 눈빛부터 달라졌다며 근무시간에 맞춰 나오던 직원들이 이제는 오전 7시 40분이면 출근해 자신의 생산라인을 점검한다고 전했다.

희생하는 만큼 자금지원 필요

기술연구소는 쌍용차가 회생의 승부수로 밀고 있는 C200 개발에 모든 연구역량이 집중돼 있었다. 자동차 연구소의 심장부인 엔진시험실(제2시험동)은 총 19개 셀(시험장) 가운데 10개가 C200 개발 업무에만 투입됐다. 시험동에 있던 20여 명의 연구원은 엔진의 연료소비효율(연비)을 비롯해 성능 테스트, 튜닝 작업 등을 수행하고 있었다. 김종혁 수석연구원은 파업 기간 내내 시험설비를 직접 다루지 못하고 PC방이나 협력업체에서 연구개발을 할 때는 한숨만 나왔다며 이제는 주말에도 연구실에 나오는 등 원 없이 일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 풀리지 않은 신차 개발자금 문제는 C200 출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한국산업은행은 최근 내놓은 구조조정 지원금 1300억 원 이외에 신차 개발비를 지원할 수 없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현재 산은은 쌍용차에 총 3680억 원의 채권을 갖고 있다.

이수원 기술연구소장(상무)은 현재 C200은 스페인, 호주, 중국에서 시제품을 테스트하고 있는 단계라며 이달 1000억 원가량의 개발자금이 추가로 들어오지 않으면 출시 시기가 수개월 더 미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예컨대 자금 부족으로 내년 1월경 스웨덴과 중국 하얼빈 지역에서 진행될 예정인 C200의 혹한기 테스트를 마치지 못하면 6개월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C200 이후의 차세대 신차 모델 개발도 쌍용차의 장기적 생존을 위해선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다. 이에 따라 쌍용차 기술연구소는 X-100 등 3개 후속 신차 모델에 대해선 수십억 원 정도로 진행이 가능한 전 단계 개발에 이미 들어갔다. 하지만 본 개발 단계로 넘어가려면 2000억3000억 원의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

쌍용차와 운명을 같이 하는 협력업체들도 답답하긴 마찬가지다. 14일 쌍용차협동회채권단은 이달 판매대수 중 4000대까지만 대금을 지급받고 나머지는 쌍용차가 어느 정도 정상화된 후에 받기로 결의했다. 협동회채권단 최병훈 사무총장은 쌍용차 회생을 위해 채권 변제율을 낮춰주는 방안에 동의할 의향이 있을 정도로 협력업체들은 희생할 준비가 돼 있다며 정부도 신차 개발 등 각종 자금 지원에 적극 나설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상운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