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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관료 힘빼기 추경 1조7000억엔 동결

Posted September. 03, 2009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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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주도의 국정운영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민주당이 총선이 끝나자마자 관료사회를 거세게 몰아붙이고 있다. 불패의 권력으로 불리는 관료사회의 군기를 초기에 잡지 않으면 관료와의 주도권 싸움에서 자칫 패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민주당은 자민당과 뿌리 깊은 유착 관계를 형성해온 관료의 힘을 빼기 위해 돈줄을 죄고 인사권으로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관료들 간에는 묘한 반발의 기류도 감지되고 있다. 일단 정면대결보다는 논리를 통한 설득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민주당, 자민당과 관료의 연을 끊어라

민주당과 관료사회의 힘겨루기는 신설 소비자청 장관에 관료출신인 우치다 순이치() 씨가 임명되면서 불거졌다. 우치다 신임 장관은 옛 건설성(현 국토교통성) 사무차관 출신으로 아소 다로() 총리가 올해 5월 내정한 인물. 당시 민주당은 총선이 임박한 상황에서 장관 인사는 새 정권이 해야 한다며 소비자청 장관 내정에 반대했으나 아소 총리는 이를 일축하고 내정을 강행했다.

민주당은 정책 공약으로 탈관료, 정치 중심의 국정운영을 내세운 만큼 자민당 정권 하의 관료가 장관에 취임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후쿠야마 데쓰로() 민주당 정조회장 대리는 새 정권 출범 뒤 장관 인사의 과정을 검증해 바로잡겠다고 교체 방침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민주당이 마음대로 우치다 장관을 경질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우치다 씨가 일반 부처 장관과 달리 공무원이기 때문에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관료의 신분을 보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치다 장관도 민주당을 겨냥해 공무원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높지만 소비자청 장관에게 부여된 책무를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일단 취임한 이상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2일 올 회계연도 추경예산에 편성된 기금 4조3000억 엔 가운데 긴급 인재육성과 취직지원 기금 7000억 엔 등 모두 1조7000억 엔의 지출을 동결하기로 했다. 자민당의 아소 다로 정권이 경기부양을 명목으로 추경예산의 당초 목적과는 동떨어진 사업을 많이 편성했으나 효과는 없고 돈만 낭비하고 있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 그러나 민주당의 기금 동결은 기금 운영의 주체인 각 부처 산하기관 및 관계기관에 퇴직한 관료들이 낙하산으로 내려가 있다는 내면의 사정도 있다.

이에 앞서 1일 하토야마 민주당 대표는 내년도 일반회계예산 92조1300억 엔을 전면 동결하고 백지상태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각종 정책 재원 마련이 표면적 이유지만 예산에 대한 관료의 주도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

관료들 묘한 반발 움직임

관료들은 일단 겉으로는 납작 엎드린 모습이다. 총선이 끝난 직후인 지난달 31일 핵심부처인 재무성과 외무성 사무차관, 일본 은행 총재 등은 오전 일찍 민주당사를 직접 찾아가 축하 인사를 전했다. 총선 직전까지만 해도 민주당의 정책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던 경제산업성 사무차관도 우리는 공무원이기 때문에 위의 결정에 따른다는 약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각 부처는 논리와 제도적 절차성을 이유로 민주당 정부에 교묘히 맞서는 형국이다. 민주당과의 정면대결보다는 논리와 설득의 전략을 택한 것이다. 우선 하토야마 정권의 핵심 사령탑이 될 국가전략국에 대해 관료들은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는 논리로 제지하고 있다. 하토야마 대표가 정부 내에서의 의사결정을 강조하면서 각 부처의 고유 권한인 예산이나 정책 결정 기능을 국가전략국에 맡기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 또 국가전략국이 여러 성청과 관계된 업무를 총괄하기 위해서는 관료들을 파견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결국은 행정 낭비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논리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치는 공무원을 정책목표에 맞게 어떻게 활용하느냐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함에도 직접 선수가 돼 공무원과 경쟁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비판도 있다.



김창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