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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폰서? 폭탄주? 여검사에겐 딴세상

Posted August. 01, 2009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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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법대, 형사부, 32세가 표준

김 검사는 대한민국 표준 여검사다. 동아일보가 법무부에 의뢰해 전국 318명 여성 검사의 출신지역, 학교, 나이, 근무 부서 등 10개 항목을 조사해 분석한 결과 서울 출신에 외국어고와 서울대 법대를 거쳐 형사부에 근무하는 32세가 그 평균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 검사는 서울에서 태어나 한영외국어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온 후 형사부에 근무하는 33세의 여검사로 평균치에 가장 가깝다. 김 검사는 사법연수원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의 아들 김현철 씨 사건을 판례로 배우고 2003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를 사례로 공부한 신세대 검사다. 지난해 부산지검 동부지청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김 검사는 4건의 성폭행과 살인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B 씨를 수사했다. 당시 B 씨는 예쁘장하게 생긴 여검사님이 왜 이러십니까. 살살 하시죠라고 빈정거리며 수사에 비협조적이었다. 하지만 김 검사는 차분하고 치밀하게 수사를 벌여 B 씨의 살인 혐의 2건을 추가로 밝혀냈다. 김 검사는 B 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고 법원은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그 뒤 법정에서 만난 B 씨는 김 검사와 제대로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고 한다.

여검사가 소수라는 건 옛말

김 검사는 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 낙마 과정에서 불거진 스폰서 검사 논란에 대해 3년째 검사생활을 하면서 스폰서는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며 누가 밥이라도 사줬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그는 폭탄주 마시기가 힘들어 검사생활이 어렵다거나 계장들이 여검사라고 잘 따르지 않는다는 것도 옛말이라고 했다. 폭탄주가 싫으면 마시지 않으면 되고, 검사실 직원들도 여검사 방의 분위기가 더 좋다며 선호한다고 덧붙였다.

김 검사에게선 남성 중심의 검찰조직에서 여검사가 느끼던 소수자로서의 피해의식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가 2007년 처음 검찰에 발을 디뎠을 때 200여 명이던 여검사가 이제는 318명으로 전체 검사(1769명)의 18%에 이른다. 이런 추세가 유지된다면 2020년경에는 여검사가 검찰의 주류로 활약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승부할 것

대한민국 표준 여검사가 그리는 올바른 검찰상에 대해 묻자 검찰이 좀 더 친절하고 부드러운 서비스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 검사는 수사도 윽박지른다고 되는 게 아니다. (사건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좀 더 많이 들어주고 부드럽게 조사해야 한다며 여검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별수사나 공안 등의 부서에서 근무하는 여검사가 드문 것에 대해서는 특수 공안사건 못지않게 사회의 작은 부분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중요하다. 권위에서 벗어난 친절한 검찰,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검찰의 미래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사들이 여검사를 보는 시각은 어떨까.

성남지청 김영준 차장은 여검사를 배려한다고 힘들고 민감한 업무를 남성 검사들에게만 시키는 것은 오히려 차별이 된다며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여검사 스스로도 여성검사가 아닌 검사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대검찰청의 한 간부는 여검사들이 시키는 일은 정확하고 치밀하게 하지만 스스로 범죄의 단서를 찾아내거나 폭넓은 시각으로 사건을 판단하는 능력은 다소 부족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최우열 dns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