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미국 워싱턴에서는 비둘기가 모두 날아가 버렸다는 얘기가 나온다. 국제정치의 장에서 비둘기란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 풀기를 주장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대북 관계에서 비둘기는 국무부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성 김 6자회담 수석대표 정도일 것이다. 국무부가 15일 갑자기 마련한 북한 관련 기자회견장에는 북한 문제를 다루는 국무부, 재무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의 주요 인사들이 총출동하다시피 했는데 정작 이 두 사람은 빠졌다. 비둘기 실종이라는 말이 생길 만도 하다.
북은 당초 버락 오바마 정부를 비둘기라고 여겼을 것이다. 오바마 정부도 처음엔 북핵 불용()을 지키는 선에서 북에 대화를 하자고 손을 내밀었다. 그러나 북은 이 손을 잡기는커녕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상대의 뺨을 때렸다. 자신들이 강하게 나오면 미국이 협상을 제의하고, 양보를 하고, 뭔가 반대급부를 줄 것으로 기대했을 것이다. 그러나 오산()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나쁜 행동에 보상은 없다고 분명하게 천명했다. 이러니 비둘기들이 발붙일 곳이 없어지는 게 당연하다. 모든 게 북의 자업자득이다.
오바마 정부의 대북 강경 자세는 갈수록 확고해지고 있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1874호 채택을 주도했는가 하면 동남아 국가로 향하던 북의 무기 선적 의심 선박을 밀착 추적해 끝내 뱃머리를 돌리게 했다. 안보리와는 대북 금융 제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안보리가 북한 인사 5명까지 포함된 강력한 제재안을 16일 확정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 러시아를 비롯해 국제사회가 전폭적으로 동참했기 때문이다. 북이 사면초가()에 처한 셈이다.
방한한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어제 북한이 중대하고 불가역적 조치를 취한다면 매력을 느낄만한 포괄적 패키지를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아직은 북에 대한 기대를 완전히 접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워싱턴에서는 북을 다시 테러지원국 명단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가 나온다. 북이 핵을 끌어안은 채 대화를 거부하고 계속 공세적으로 나온다면 워싱턴의 하늘에는 온통 매만 날아다니게 될지 모른다.
이 진 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