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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실직 도시 청년들 농촌에서 길 찾는다

Posted April. 16, 2009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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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에 있는 한 제조업체 회계담당 사원이던 오시마 겐지 씨(35)는 2월 회사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았다. 그는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던 끝에 정부가 지원하는 도시민을 위한 농업연수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오시마 씨는 팍팍한 회사생활과 달리 농사는 파종에서 수확까지 모두 내 손으로 직접 할 수 있어 매력적이라며 연수를 마치면 전업 농사꾼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5일 전후 최악의 경기침체로 대량해고 사태에 직면한 일본 젊은이들이 농업에서 새로운 길을 찾고 있다고 보도했다.안정적인 일자리 천국 일본에서 비정규직뿐 아니라 정규직마저 고용 위협을 받으면서 도시를 떠나 귀농() 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것이다.

귀농 젊은이들은 단순히 농사만 짓는 게 아니라 농업과 마케팅을 연계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생각하는 농업을 한다는 점에서 이전 세대와 구별된다. 안전하고 신선한 먹을거리를 원하는 도시민들의 욕구에 맞추기 위해 재배단계에서부터 농사계획을 짜는 식이다. 일례로 도쿄에서 최근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유기농 음식점 파머스 키친은 대표 사례다. 3차 산업인 서비스업과 1차 산업인 농업을 결합해 부가가치를 높인 이른바 4차 산업인 셈이다. 일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농업의 가능성에 눈을 떴다. 일본 정부는 최근 1000만 달러(약 130억 원)를 지원해 도심의 농업희망자들에게 영농교육을 해주는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지난달 오시마 씨가 지원했을 당시에는 8명을 뽑는 데 110명이 지원했을 정도로 경쟁도 치열하다.

농촌 고령화와 일손 부족에 허덕이던 지방자치단체들도 실직 청년들을 유치하기 위해 앞 다퉈 농업설명회를 열고 있다. 마이니치신문 최근 보도에 따르면 일본의 대표적인 농촌 지자체인 도치기(회) 현은 지난해 12월 31건에 불과하던 농업설명회 상담건수가 올해 2월 61건, 3월(14일 현재)에는 77건으로 늘었다. 상담자의 80%는 2040대다.

일각에서는 농촌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나 호구지책만을 위한 귀농은 또 다른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오카야마() 현에서 대규모 농사를 하고 있는 오시로 후키코 씨(49여)는 지난해 오사카() 등 대도시에서 5명의 농업연수 지망생을 받았지만 이 중 3명은 열악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한 달도 채 안 돼 되돌아갔다.



김창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