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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김정일의 호화 요트

Posted April. 07, 2009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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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은 2000년 8월 9일 원산 앞바다의 한 요트에서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났다. 김 위원장이 방북 중이던 정 회장을 이곳으로 불러 개성사업을 허용하겠다는 뜻을 통보했다. 김 위원장은 1992년 이탈리아 기업인 카를로 바엘리 씨를 요트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요트를 외부인사 접견 장소로 사용하는 건 서구의 부호들이 누리는 호사스러운 취미로 사회주의 국가의 지도자에겐 어울리지 않는다.

김 위원장이 사려던 호화 요트의 계약금 수백만 달러가 유럽 금융당국에 압수됐다. 유럽 주재 북한 당국자는 이탈리아 아지뮤트라는 요트 생산업체와 구입 계약을 체결했다. 유럽 금융당국은 자금 출처가 불분명한 데다 요트 판매가 북한에 사치품 수출을 금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718호(2006년 10월)에 위반돼 계약금을 압수했다. 미국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2006년 11월 김 위원장의 사치 생활을 억제하기 위해 대북 금수()품목에 아이팟, 플라스마디스플레이패널(PDP) TV, 스쿠터와 함께 고급 요트를 포함시켰다.

북한이 구입하려던 호화 요트 2척의 대금은 2000만 달러(약 268억 원)에 이른다. 굶주리는 북한 주민을 한 달간 먹여 살릴 쌀을 살 수 있는 금액에 육박한다. 여기에 북한이 5일 발사한 장거리 로켓 발사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되는 돈(3억 달러)이면 연간 100만 t 이상으로 추산되는 북한의 식량 부족분을 국제시장에서 사들일 수 있다. 인민은 헐벗고 굶주리는데, 김 위원장은 집권 3기 체제 출범을 축하하는 미사일 쇼와 사치 생활에 달러를 펑펑 쓰고 있다.

2005년 9월 미국 재무부는 마카오의 중국계 은행인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을 통한 김 위원장의 검은 통치자금 거래를 봉쇄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한 일이 있다. 김 위원장은 이로 인해 2007년 213합의 이후 동결자금이 풀릴 때까지 고통을 겪었다. 2300만 북한 동포들을 생각해서라도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에 따라 전 세계가 북한에 대한 사치품 수출을 철저히 막아야 옳다. 김 위원장이 좋아하는 프랑스산 고급 와인과 코냑, 러시아산 철갑상어알, 상어 지느러미도 포함시켰으면 좋겠다.

박 성 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