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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만에 20여만명 추모행렬 새치기 실랑이 고성 없는 3무

이틀만에 20여만명 추모행렬 새치기 실랑이 고성 없는 3무

Posted February. 19, 2009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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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환 추기경 조문 행렬은 전날보다 더 늘어나 끝 간 데 없이 이어졌다. 2km 가까운 행렬 속에서 세 시간 넘게 기다려야 했지만 시민들의 표정은 평화롭고 행복하기만 했다.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그 흔한 새치기 한번 없네요. 추기경님께서 바라셨던 것이 바로 이런 모습이지 않았을까요.

18일 오후 서울 중구 퇴계로 세종호텔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문영이 씨(50)는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이틀 동안 명동성당을 다녀간 시민은 20여만 명. 사람들은 다양했지만 차분한 모습은 한결같았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면 으레 등장하는 새치기, 실랑이, 고성은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 앞으로 가시라며 순서를 양보하는 모습이었다.

많은 사람이 모인 탓에 곳곳에 경찰도 배치됐지만 교통정리와 줄이 어디까지냐는 시민들의 질문에 답하는 것이 전부였다.

명동성당 주임신부인 박신언 몬시뇰은 질서 있게 줄지어 선 조문행렬이 너무나 아름답다며 감격해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명동성당 정문 앞에 설치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부스에도 조문을 마친 시민들이 몰렸다. 황지인 홍보팀장은 평소 길거리 홍보에선 응하는 분이 드문데 오늘은 벌써 100명 가까이 오셨다고 말했다.

이 같은 현상은 종교와 지역, 이념, 계층을 뛰어넘었던 김 추기경의 삶에 대한 경외감의 표현이다.

김 추기경은 국민에게 사랑과 양보, 희생이라는 정신적 유산을 남겼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떠한 물질적 유산도 남기지 않았다.

서울대교구에 따르면 김 추기경은 은퇴 이후 다른 신부들과 똑같이 매월 250만 원을 받았다. 그러나 돈 관리는 비서신부에게 맡겼고 필요할 때마다 돈을 타서 썼다. 현재 김 추기경의 통장 잔액은 약 1000만 원.

그러나 천주교 관계자는 추기경께선 성령축일, 명절이 되면 성경 묵주 십자가 등 성물()이나 책을 사서 선물하셨는데 아직 비용 처리가 되지 않은 것이 있다며 이것을 갚고 나면 오히려 돈이 모자랄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상준 유성열 alwaysj@donga.com r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