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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정부, 갈등의 폭력화 막을 선제적 노력부터 하라

[사설] 정부, 갈등의 폭력화 막을 선제적 노력부터 하라

Posted February. 13, 2009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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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용산 참사 재발 방지대책의 일환으로 재개발사업 조합원들에게 분양하고 남은 상가는 세입자들에게 우선 분양하는 등의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꼭 문제가 터져야 대책을 내놓는 고질병 같은 행태를 반복한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평소 관심을 갖고 대책 마련에 성의를 보였더라면 용산 사태도 없었을 가능성이 있다. 재개발 문제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합법적 평화적으로 제기되는 각종 요구와 불만에 대해서도 미리 성실하게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면 갈등이 폭력화하는 일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올해부터 본격화할 서울의 뉴타운 사업이 단적인 예다. 뉴타운 조성을 위해 2011년까지 26개 지구에서 12만 채 이상의 주택을 철거하도록 돼 있지만 건물주와 세입자들 사이의 분쟁을 사전 조정할 수 있는 방식을 찾지 못하면 용산 참사는 언제든 되풀이될 우려가 있다. 7월 1일부터 대량해고가 불 보듯 뻔한 비정규직 문제도 당장 대안이 필요하다. 수도권 규제완화와 지방경제 활성화 방안을 둘러싼 갈등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오죽하면 10일 경기지역 상공인간담회에서 중소기업인들이 규제조항을 내세워 투자도 공장 증설도 막고 있는 공무원을 향해 1mm 앞도 못 보는 사람들이라며 절망감을 토로했겠는가.

그런데도 갈등 해소의 법제도적 해법을 창출해야 할 국회는 태업, 아니 기능정지 상태다. 2월 임시국회가 열리긴 했지만 열흘이 넘도록 여야 간 합의 또는 협의 처리키로 했던 27개 핵심법안 중 한 건도 상임위 상정조차 안 됐다. 시너통과 쇠파이프를 든 불법폭력시위대가 또 나타나 목숨을 담보로 점거농성을 벌여야 정부도 국회도 움직일 것인가. 이러니 어느 누가 평화적이고 합법적인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겠는가. 갈수록 극렬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려는 유혹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172석의 거대 여당은 게으르고 무기력하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같은 야당은 사사건건 결사반대만 외치며 국회를 마비시키고 국정의 발목을 잡는다. 이러니 경제사회적 갈등의 합법적 평화적 해결의 길을 찾기가 더 어렵다. 민주당은 불법폭력세력에 동조해 갈등을 증폭시키기까지 한다. 언론과 각계 전문가 집단도 사회적 갈등 소지가 큰 사안을 미리 감지하고 해소하려는 노력이 부족했음을 함께 자성하지 않을 수 없다..

어느 사회나 다수 선량한 국민을 선동해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불순세력은 존재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낮은 자세로 국민의 불만과 갈등을 미리 살펴 대책을 찾아내야 한다. 특히 정부와 정치권이 작은 목소리라도 국민의 소리를 귀담아 듣고 해법을 찾는 성의를 보여야 이 땅에서 불법과 폭력을 줄일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