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관광에서 템스 강을 빼놓을 수는 없다. 웅장한 위용을 자랑하는 국회의사당과 빅벤을 바라보며 강변을 따라 걷다보면 템스 강의 랜드마크인 런던아이, 발전소를 리모델링한 테이트모던미술관 그리고 타워브리지와 런던탑을 만나게 된다. 파리도 마찬가지다. 루브르 박물관부터 노트르담 대성당까지 모든 관광 포인트가 센 강을 따라 이어진다. 센 강의 유람선을 타보지 않고서는 파리 관광을 제대로 했다고 하기 어렵다.
어느 나라에서든 대도시는 강을 끼고 발전한다. 강은 도시에 자연의 숨결을 불어넣은 원천이고 생활의 터전이기에 도시의 중요한 시설과 기관들이 강변에 모여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템스 강이나 센 강 주변이 성당 의회 미술관 등 공공건축물과 보행자도로 위주로 개발된 것도 이런 연유다. 동서를 막론하고 강 자체는 공공의 것이지만 강이나 바다가 보이는 곳에는 좋은 주택과 호텔들이 경쟁하듯 들어선다.
한강 주변의 경관은 경제 개발기에 다소 손상됐다. 196080년대 한강의 기적이라는 압축성장의 이면에는 강변도로와 성냥갑 아파트 건설이 있었다. 강남 아파트들은 한강을 뒤로 한 채 똑같은 모양으로 늘어서 있다. 남향()에 대한 한국인의 집착이 낳은 단조로운 풍경이다. 성냥갑 아파트는 획일적인 스카이라인을 만들어냈다. 흡사 아파트로 담을 쳐놓은 것 같은 한강의 스카이라인을 보고 있노라면 절로 답답한 기분이 든다. 더욱이 자동차들이 쌩쌩 달리는 강변도로가 가로놓여 한강은 보행자가 접근하기에 불편한 공간이 되고 말았다.
서울시가 한강변에 고층아파트를 허용해주는 대신 토지 지분 25%를 받는 방안을 발표했다. 기부채납 받은 토지에 공원을 만들어 강변을 시민의 공간으로 되돌려주겠다는 얘기다. 부동산 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없진 않지만 잘만 한다면 단조로운 한강 경관을 바꾸고 도시의 공간구조를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현란한 스카이라인을 자랑하는 뉴욕 맨해튼이 답답하지 않은 것은 건물과 건물 사이에 시민이 공유하는 탁 트인 공간(오픈 스페이스)이 있어 보행자도 얼마든지 외부 경관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도심을 유유히 흘러가는 한강을 내외국인이 더 가까이서 함께 즐기게 된다면 얼마나 좋은가.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