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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국방부 vs 국회 국방위

Posted November. 14, 2008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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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국방위원회는 국방부의 후원자 역할을 많이 해왔다. 국회 상임위원회와 정부 관련 부처의 사이가 이처럼 좋은 분야는 드물었다. 과거 군() 출신 대통령들의 영향을 받아 생긴 전통이 아닌가 싶다. 국방위가 국방부를 견제 감시하되 때로 국가안보를 위해 협력하는 모습은 국민이 보기에도 믿음직하다. 그 좋던 관계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갑자기 틀어져 볼썽사나운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국회에 상주하는 국방부 연락단장 J 대령의 장성 진급 문제가 양측의 갈등을 분출시켰다. 연락단장은 사실상 국방위원들의 심부름꾼으로, 골프장 예약 같은 궂은일까지 맡았다고 한다. J 대령은 지난 국정감사 때 국방위원들의 잠수함 및 F15 전투기 시승, 독도 방문 등을 잘 안내해 국방위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학송(한나라당) 국방위원장과 여야 3당 간사들이 그의 장군 진급을 부탁했지만 이상희 국방부 장관은 이를 묵살했다. 이것이 국방위의 누적된 감정을 폭발시켰다는 것이다.

국방위는 국회 건물에 들어있는 국방부 연락단 사무실을 14일까지 폐쇄하라고 국방부에 통보했다. 설치 근거가 없다는 것이 표면적 이유인데, 45년간 써온 사무실의 설치 근거를 갑자기 문제 삼은 모양새다. 국방위 측은 이전의 연락단장들은 모두 진급을 했다며 이 장관에 대한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국방위가 발끈한 진짜 이유는 이 장관의 상임위 발언 태도가 뻣뻣하고 국방위원들을 존중하지 않는 업무 스타일에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최근 군사보호구역 해제, 소말리아 해역 파병, 자이툰부대 철군 등의 문제를 국방부로부터 직접 보고받지 못하고 언론 보도 후 비로소 알게 된 것에 분노했다는 얘기다.

국방부는 김 국방위원장이 장관을 아래로 보고, 국방부 간부들을 부하로 여긴다고 맞받는다. 특히 이 장관이 최근 자이툰부대 방문차 해외에 나간 사이 김 위원장이 육해공군 참모총장을 불러 모아 골프를 한 데 대해 불쾌해한다. 장관의 지휘권을 흔드는 행위라는 것이다. 또 J 대령의 진급 누락은 인사 청탁을 막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라고 한다. 김 위원장은 육군 상병 출신의 문민이고, 이 장관은 4성 장군 출신이다.

육 정 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