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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바마의 한반도정책팀장

Posted November. 12, 200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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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기간 내내 국내 언론에 버락 오바마 후보의 한반도정책팀장으로 소개된 프랭크 자누지의 공식 직책은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전문위원이다. 한반도정책팀장이란 이를테면 그의 캠프 내 역할을 감안해 한국 언론이 붙인 이름인 셈이다. 중국팀장으로 불린 제프 배이더 브루킹스 연구소 선임연구위원, 일본팀장을 맡은 마이클 시퍼 스탠리재단 연구원도 비슷한 경우다.

자누지의 경력을 보면 사실 북핵팀장이라고 부르는 게 더 맞다. 1993년 제1차 북핵 위기 때부터 관심을 가졌고, 평양도 여러 차례 방문했다. 지역에 관한 한 오히려 중국, 일본에 대한 이해가 더 깊다. 중국어에 능통하고, 재작년 여름부터 작년 여름까지 일본 히다치사()의 후원으로 게이오 대학에서 연구안식년을 가졌다. 일주일에 한번 미국의 아시아 정책을 강의했고, 마지막 강의는 6자회담 시뮬레이션이었다고 한다. 오바마 시대에도 6자 회담의 틀은 유지될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맨드필스 재단의 한미위원회(US-Korea Committee)가 작년에 양국의 전문가 7명씩을 초청해 포스트 부시, 포스트 노무현 시대의 한반도 정책을 주제로 집중 토론회를 가진 뒤 보고서를 만들어 차기 대통령 당선인들에게 각각 전달했다. 오바마 당선인에게 전달한 사람은 자누지. 당시 토론회에 참여했던 카톨릭대 박건영 교수가 한국에서 안식년을 가졌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아쉬워하자 자누지는 동북아 3국은 한 나라만 알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한다. 여하튼 오바마 당선인이 취임하면 그가 어떤 자리에서든 실질적인 한반도정책팀장이 될 게 분명해 보인다.

최근 정책 협의차 워싱턴을 방문한 기회에 자누지를 만나고 돌아온 외교통상부 황준국 북핵기획단장은 북핵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와 유사한 생각을 갖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자누지가 공식 직책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어서 황 단장의 전언()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자누지가 오바마 당선인의 한반도정책팀장을 맡은 게 언제인데 이제 와서 인상비평류()의 판단이나 늘어놓는다는 말인가. 답답하기 짝이 없다.

김 창 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