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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상태 통치력에 영향줄까

Posted September. 11, 2008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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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이 어느 정도인지, 권력 행사가 가능한지에 정부 당국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에 대해 가장 구체적인 언급을 한 AP통신은 9일 미국 정보 당국자 등의 말을 인용해 뇌졸중(뇌중풍)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한국 정보 당국은 10일 그의 병명이 뇌출혈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뇌중풍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뇌 조직이 손상돼 나타나는 신경학적인 증상을 말한다. 뇌출혈은 손상된 뇌혈관이 팽창하다가 터지면서 뇌 안에 피가 고여 나타나는 질환이다.

뇌중풍은 뇌출혈과 뇌경색을 포함하는 개념이어서 김 위원장을 직접 진찰한 의사의 진단서를 입수하지 않는 한 현재로선 미국 정보 당국자의 말을 인용한 AP통신의 보도와 한국 정보 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내용은 같은 것으로 보인다.

좀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의학적인 병명이 아니라 증상의 정도와 이에 따른 권력행사 가능성이다.

이에 대해 한 정보 당국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증상의 정도를 사망과 의식불명, 중증, 경증으로 나눈다면 최근의 상황은 세 번째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보 당국이 관심을 갖고 증상을 구분하는 기준은 김 위원장의 의식이 유지되고 있는지,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지의 여부다. 김 위원장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고 행사하는 데 가장 중요한 두 가지 기능이기 때문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의식을 할 수 없는 상태는 사망과 같이 취급된다. 의식이 있다면 이를 소통할 수 있는지에 따라 중증과 경증으로 나뉜다는 것.

현재로선 김 위원장이 이동이 불편하지만 휠체어를 이용할 수 있는 정도이고 의사소통이 가능해 원격조종을 통해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이날 수술 후 회복된 뒤 말이 어눌하고 보행이 어려운 정도일 것이라며 통치에 어려움이 없고 권력 공백 같은 현상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뇌질환의 경우 완치가 어렵고 재발 가능성이 높아 의식은 있지만 이동이 불가능하고 의사소통이 어려운 중중으로 악화할 가능성도 예상할 수 있다.

정보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66세인 점을 감안할 때 회복에 시간이 걸리고 경증과 중증을 반복하는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북한 최고지도자인 김일성 주석과 김 국방위원장은 1인 독재체제인 수령 절대주의 체제를 강화하려고 사회정치적 생명관을 강조해 왔다. 수령은 뇌수, 당은 심장, 인민은 팔다리라는 사회유기체론을 만들어 인민들이 수령을 떠나서는 사회 정치적 생명을 읽게 된다고 강조해 독재에 활용해 온 김 위원장이 뇌와 그 속의 혈관에 있는 질환 때문에 고생하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신석호 이진한 kyle@donga.com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