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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출연-모델 다 해봤으니 이제 다시 라켓 잡고 구슬땀

방송출연-모델 다 해봤으니 이제 다시 라켓 잡고 구슬땀

Posted September. 06, 2008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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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용이 되라는 뜻으로 부모님으로부터 용대()라는 이름을 얻었다. 약관의 나이에 올림픽 금메달과 함께 최고 인기스타로 떠올랐기에 이름값은 이미 하고도 남은 것 같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더욱 믿음직스럽다.

2008 베이징 올림픽 배드민턴 혼합복식 금메달리스트 이용대(20삼성전기사진).

지난 보름 가까운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그는 영화 속 주인공처럼 다른 인생을 살았다. 숱한 인터뷰와 방송 출연, 패션 화보 촬영, 프로축구 시축, 사인회, 청와대 방문, TV 오락프로그램 녹화. 때론 모델로, 때론 코미디언으로 다양한 역할을 멋지게 소화했다.

축구공을 차는 모습이 멋졌다고 하자 어떡하면 사진이 잘 나올까 고민 끝에 취한 포즈였다. 잘 차는 건 그 다음 문제였다고 웃었다. 올림픽에서 카메라를 향해 살짝 눈을 깜박여 윙크 왕자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특유의 끼는 여전했다.

다른 올림픽 스타들보다 외도가 많아지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았다.

정작 그의 생각은 다르다.

그동안 운동에만 매달리면서 올림픽에서 잘하든 못 하든 끝나면 못해본 것 다 하고 싶었어요. 이럴 때 아니면 언제 해 보겠어요. 그 상황을 즐기며 좋은 추억을 만들고 싶었죠.

대박을 터뜨린 이용대는 몰려드는 외부 스케줄 탓에 정작 즐기고 싶었던 일은 못한 아쉬움도 크다.

선배들과 술도 한잔하고 쇼핑에 어디 멀리 여행도 하고 싶었는데. 너무 바빠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았어요. 이용대의 주량은 소주 2병.

잦은 외부활동에는 비인기 종목인 배드민턴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고 싶은 소박한 희망도 담겨 있었다.

9월의 시작과 함께 이용대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3일부터 수원 삼성전기 체육관에서 대표팀 훈련에 합류해 라켓을 잡았다. 하루 4시간씩 셔틀콕을 치며 굵은 땀방울 쏟고 있는 그는 일단 이달 대만오픈과 일본오픈은 불참하기로 했다. 파트너 이효정이 허리와 어깨 치료를 받아야 하고 그 역시 피로 누적으로 정상 컨디션이 아니기 때문. 10월 고향 전남에서 열리는 전국체육대회에서는 홈 팬 앞에 나설 계획이며 대학 진학도 준비하고 있다.

이용대의 우상 박주봉은 1996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32세의 나이로 혼합복식 은메달을 땄다. 이용대는 이제 스무 살. 2012년 런던 올림픽을 비롯해 앞으로 세 번의 올림픽을 더 뛸 수 있다는 기대감이 든다.

화려한 순간은 잠시예요. 짧은 환희를 위해 준비하는 과정을 더 소중하게 여길 겁니다.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