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눈 속 산화한 두 산악인 맺힌 한풀겠다

Posted September. 03, 2008 09:39,   

ENGLISH

지난달 초 산악인 박영석(45골드윈코리아 이사) 씨는 애지중지하던 갈기 머리를 싹둑 잘랐다.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50m) 서남벽 재도전에 대한 각오를 다지기 위해서다.

박 씨는 지난해 5월 원정대를 이끌고 에베레스트 서남벽 신()루트 개척에 나섰다가 가족이나 다름없던 오희준(서귀포 영천산악회), 이현조(전남대 산악부 OB) 대원을 눈사태로 잃고 고개를 숙인 채 귀국했다. 두 대원은 10년 가까이 박 씨와 히말라야 등반과 극지탐험을 함께 했고 2000년부터는 박 씨의 집에서 함께 지냈던 식구.

당시 참회의 심정으로 스스로 머리카락을 밀어 버렸던 그는 이후 서남벽과 먼저 세상을 떠난 두 대원을 마음에 안고 살았다. 외부와 연락도 끊고 술로 지낸 게 6개월 남짓. 하지만 그는 결국 마음의 고통을 떨치고 일어났다. 동생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겠다. 이대로 포기하면 나중에 두 대원을 볼 낯이 없다.

박 씨가 2일 다시 에베레스트로 떠났다. 준비도 더욱 철저히 했다. 4월부터 한 달가량 중국 쓰촨 성 6000m급 미답봉을 오르며 야전 감각을 깨웠다. 7월에는 박 씨가 5년째 매년 원정대장으로 참여하고 있는 대학생 국토순례 행사 대한민국 희망원정대를 이끌면서 640여 km를 하루도 쉬지 않고 걸으며 체력을 쌓았다. 즐기는 담배도 끊었다.

이번 원정은 발대식도 없다. 지난해 그런 일을 겪었는데 떠들썩하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지난달 25일 네팔 카트만두로 떠난 신동민(34 골드윈코리아), 이형모(29 노스페이스) 씨 등 선발대 4명을 포함해 원정대 대원은 모두 11명이다.

에베레스트 서남벽은 정상까지 수직 고도 2500m에 이르는 거대한 절벽. 경사가 급해 눈이 잘 쌓이지 않아 온통 검은 암벽이다. 1975년 영국 크리스 보닝턴 팀이 처음 서남벽에 올랐고 이후 러시아팀이 새로운 길을 내 지금까지 2개 코스만 개척됐다.



김성규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