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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쇠팔 무쇠다리 S라인 헤라클레스 5차례 세계신 번쩍

무쇠팔 무쇠다리 S라인 헤라클레스 5차례 세계신 번쩍

Posted August. 18, 2008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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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 놓았던 금메달이었다. 쉽게 찾아 목에 걸 수도 있었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잇단 세계 기록으로 온 국민을 기쁘게 했다. 자칫 맥 빠질 수 있는 일방적인 레이스는 그래서 감동의 드라마가 됐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을 웅변하는 듯했다. 역도는 남자 77kg급 사재혁(23강원도청)에 이어 두 개의 금메달을 따내 단숨에 최고 효자 종목이 됐다. 역도가 금메달을 딴 것은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전병관 이후 16년 만이다.

여자 헤라클레스 장미란(25고양시청)이 세계를 번쩍 들어 올렸다.

장미란은 16일 베이징 항공항천대 체육관에서 열린 여자 75kg 이상급 경기에서 인상 140kg과 용상 186kg을 기록해 합계 326kg으로 우승했다. 2위 올하 코롭카(우크라이나)와는 49kg이나 차이가 났다. 인상, 용상 각 3번의 시도에서 실패는 한 차례도 없었다.

장미란은 인상 3차 시기에서 140kg을 들어 중국의 무솽솽(24)이 2006년 도하 아시아경기에서 세운 세계 기록을 1kg 늘렸다. 용상 2차 시기에서 183kg을 들어 탕궁훙(29)이 아테네 올림픽에서 세운 종전 기록(182kg)을 갈아 치운 장미란은 2분 뒤 186kg을 드는 데 성공해 방금 전에 세운 자신의 기록을 깼다. 합계에서도 무솽솽의 이전 기록(319kg)을 7kg이나 넘었다.

장미란은 도하에서 무솽솽의 막판 뒤집기에 밀려 눈물을 흘렸다. 비록 무솽솽은 이번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지만 장미란은 무솽솽의 기록을 의미 없는 것으로 만들며 멋지게 설욕에 성공했다. 역도는 한 국가에서 남자 5체급, 여자 4체급만 출전시킬 수 있다. 중국은 금메달이 불확실한 무솽솽을 제외시켰고 출전한 여자 4체급 모두 금메달을 땄다. 장미란은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도 금메달은 하늘이 내리는 것이라며 너무 기쁘고 감사하다라고 말했다. 온통 장미란을 연호하는 관중석에는 아버지 장호철(56) 씨도 앉아 있었다. 젊은 시절 역도 선수를 했던 장 씨는 딸에게 역도를 권유한 주인공이었다. 왜 여자에게 역도를 시키느냐며 거부하던 장미란은 끈질긴 부모의 설득에 결국 바벨을 잡았다.

공부를 제법 잘하는 평범한 학생이었던 장미란은 초등학교 5학년 이후 먹성이 부쩍 좋아졌다. 날아다니는 돈가스라는 별명도 붙었다. 운동신경이 뛰어났던 장미란의 체중은 날이 갈수록 늘었다. 장 씨는 그런 딸을 보면서 역도를 하면 성공할 것이라고 봤다. 판단은 정확했다.

여자 대표팀 오승우 감독과 김도희 코치도 장미란이 금메달을 따는 데 큰 공을 세웠다. 오 감독은 본인이 혹독한 훈련을 이겨낸 덕분이라고 했다. 김 코치는 살을 찌우는 게 지상 과제였던 장미란을 위해 하루 종일 옆에 붙어 있으면서 음식을 해줬다. 한국에서 식재료를 담은 박스만 15개를 가져왔고 이것도 모자라 부지런히 베이징에 있는 할인마트를 들락거렸다.

스물다섯 처녀 장미란은 한창 멋 부리고 치장할 나이에 힘겹게 체중을 불리고 무거운 역기와 씨름을 했다. 외모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하지만 세계를 번쩍 들어 올린 장미란은 너무 아름다웠다.



이승건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