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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번에는 원산지 표시제 혼란 우려 된다

[사설] 이번에는 원산지 표시제 혼란 우려 된다

Posted July. 09, 2008 07:48,   

음식점과 학교 기업 병원 같은 집단급식소에 대한 쇠고기 원산지표시제가 어제 시작됐다. 한우가 미국산 쇠고기보다 값이 세배 가량 비싸기 때문에 한우 농민이나 소비자 보호를 위해 쇠고기 원산지 표시제는 엄격히 시행돼야 한다.

새로 표시제 적용 대상이 된 업소는 64만3000 곳에 이른다. 이미 표시제를 시행중인 정육점 마트 수입상사 같은 유통업체까지 포함하면 원산지를 표시해야 하는 업소는 108만 개나 된다. 시행 첫날 쇠고기 원산지를 표시한 음식점도 많지 않았지만, 표시를 했더라도 제대로 표시한 업소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원산지 표시 대상인 줄 모르는 소규모 식당도 많았다. 원산지 표시를 한 음식점도 제대로 했는지 모르겠다며 불안해하는 판이다. 일부 음식점은 정부 지침이 오락가락하는 통에 몇 십 만 원을 들여 준비한 메뉴판을 새로 만들었다. 정부가 원산지 표시제 본격 시행을 앞두고 무슨 준비를 어떻게 했기에 현장 상황이 이런가.

고의로 쇠고기 원산지를 속이면 3년 이하의 징역을 살거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으면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업소에 적지 않은 부담이 가는 이런 제도를 시행하려면 정부가 지방자치단체와 요식업협회를 통해 대상 업소에 구체적인 원산지 표시 방법을 충분히 알려주고 차분히 준비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

정부는 연말까지 4700여 명의 특별단속반을 운영하고 내년부터는 농산물품질관리원 직원과 명예감시원 등 612명에게 단속을 전담시킬 계획이다. 이 정도의 단속 인원과 체계로 원산지 표시제가 정착될 것으로 본다면 안이하다. 업소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고 위반하는 업소는 일벌백계로 엄벌하는 조치가 따라야 한다.

온 나라가 미국 쇠고기 파동으로 홍역을 치르고서도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미국산 쇠고기 시판 단계까지 왔는데, 원산지 표시제 시행 과정의 잘못으로 다시 국민의 불신을 키울까봐 걱정이다. 미국산 쇠고기기가 안전하다고 하지만 여전히 의구심을 품은 사람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속아서 사먹게 되면 다시 촛불시위의 빌미를 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