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기록물을 둘러싸고 청와대와 노무현 전 대통령 측이 갈등을 빚고 있다. 정부는 어제 노 전 대통령 측에 대통령 기록물을 반환하라고 요청했다. 노 전 대통령 비서관은 앞서 전자문서의 사본을 가져와 잠정 보관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는 노 대통령 퇴임 후 문서보관 사실을 현 정부 측에 설명하고 양해를 구했다고 했지만 어떤 문서를 가져왔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회고록 정리나 기념관 보존을 위한 기록이라면 별 문제 없겠지만 국가 외교나 국방과 관련한 기밀문서라면 퇴임하는 대통령이 가져가서는 안 될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자료에 관한한 사상 최고의 기록을 남겼다.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대통령 기록관에 보관된 그의 기록물은 무려 376만 7764건이나 된다. 18년간 집권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록물 3만7614건의 100배, 역대 대통령의 기록물 총계 33만841건의 10배가 넘는다. 숫자에 놀라 조선왕조실록을 뛰어넘는 대통령실록이 나왔다는 말을 하는 이까지 있다. 행정도시에 1100억원을 들여 새 대통령 기록관을 짓는 프로젝트도 노 전 대통령 때 만들어졌다.
문제는 자료의 가치다. 클릭 한번으로 문서 생성이 가능한 디지털 시대에 자료 건수로 대통령 기록물의 수준을 평가하는 것은 어리석다. 자료의 옥석을 가리지 않으면 낭비적 요소도 크다. 효율적으로 국정운영을 하는데 도움이 되는 백과사전 같은 자료를 집대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후임 대통령이 신속하게 업무를 파악하고 전임자의 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인수인계를 잘하는 것도 중요하다.
노 전 대통령의 기록물은 새 정부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거꾸로 분쟁을 키우는 씨앗이 되고 있다. 신구() 정부는 인수인계 자료를 놓고 빈 깡통이니 아니니 하며 설전을 벌였다. 새 정부는 전 정부가 주요 문서와 자료를 파기했고, 인사 데이터 베이스는 대통령 기록관으로 넘겨버려 이를 열람하려면 국회동의를 받아야 할 판이다. 봉하마을에 가있는 기록도 논란이나 감정싸움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3조에는 대통령 기록물의 소유권은 국가에 있다고 명시돼 있다. 잘잘못과 소유권을 명확히 가려야 한다.
방 형 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