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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대응 미숙했다 여 서도 질타

Posted May. 15, 2008 07:27,   

14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서 이틀째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청문회도 전날에 이어 사실상 쇠고기 청문회로 진행됐다. 이날 청문회는 당초 농림수산식품부의 고시 연기 여부로 여야가 치열하게 대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청문회 초반에 정운천 장관이 일찌감치 고시를 연기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재협상 여부와 협상 책임론이 주로 거론됐다.

농식품부의 고시 연기에 대해 한나라당은 충분한 재검토를 위해 10일 이상의 긴 연기를를 주장했고, 야당은 고시 수정이나 재협상이 전제되지 않은 연기는 국민 기만이라며 반발했다.

통합민주당 등 야당은 정부의 수입위생조건 장관 고시 연기 방침을 여론 무마용 눈속임으로 규정하고, 즉각적인 재협상을 촉구했다. 한나라당도 정부의 미흡한 대처를 지적한 뒤 국민적 의혹을 가라앉히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정부가 고시를 열흘 가량 연기하겠다는 것은 결국 임시 국회가 끝날 때까지 시간 끌기를 한 다음에 촛불집회가 사그라지면 밀어붙이겠다는 뜻 아니냐며 재협상과 고시 수정 없는 유예는 눈 가리고 아웅이자 국민기망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은 국민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듯 합의안의 부분적인 수정을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재협상을 하지 않는 한도 안에서 정부는 최대한 노력해 국민적 우려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을 중단하겠다는 총리 담화에 대해 미 무역대표부(USTR)가 수용한다고 밝힌 만큼 검역 주권 포기 논란을 불러온 조항을 삭제하고 고시를 해도 되지 않느냐고 질의했다.

그러나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기본적으로 고시에는 합의 내용이 정확히 반영돼야 한다. 일방적으로 삭제하는 것은 상대방의 반발을 초래할 것이 명확하다며 부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한나라당 박진 의원은 정부가 국민적 의혹을 불식시키는 데 충분히 노력하지 못했다며 협상 결과보다는 정부의 협상 이후 대응이 미숙했음을 지적했다.

박 의원은 또 정부가 자율규제협정을 통해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6개월이나 1년 정도 유예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앞서 민주당은 통외통위에서 재협상 촉구결의안을 상정해 처리하자고 주장했으나 한나라당이 간사 협의를 거쳐야 한다고 맞서면서 결국 추가 협의를 진행한다는 선에서 논란을 마무리했다.

이날 청문회에 출석한 9명의 증인 중 김성이 보건복지가족부 장관과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의원들로부터 많은 질책을 받았다.

한나라당 김용갑 의원은 김 장관의 전날 발언에 대해 우리가 걱정하는 것은 인간 광우병이다. 소관 부서 장관이 어떻게 그렇게 남의 말 하듯이 할 수 있느냐며 꾸짖었다.

김 장관은 전날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책임이 농식품부가 아닌 외교통상부에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30개월도 안되는 소를 먹는 줄 몰랐다. 인간이 너무 잔인한 것 아니냐 는 등의 발언을 해 관련 부처 장관이 안이한 자세를 가졌다는 비판이 일었다.

민주당 강창일 의원은 외교통상부 장관에 책임이 있다고 했죠라고 김 장관에게 물은 뒤 김 장관이 해명을 시도하자 잘했어요. 누가 뭐라고 그러나요. 그렇게 소신 있게 하시라는 겁니다라며 면박을 줬다.

정 장관은 한나라당 의원에게서 사퇴 여부에 대한 질의를 받을 정도로 궁지에 몰렸다.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일부에서 정 장관이 사퇴를 해야 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며 입장을 물었다. 정 장관이 어떤 상황에서도 소임을 다하겠다고 대답하자 남 의원은 사퇴 필요성에는 공감하지 않나며 재차 압박했다.

한나라당 박희태 의원은 한미 FTA로 피해를 입을 농어민에 대한 대책을 정 장관이 쉽게 설명하지 못하자 여러 차례 같은 질문을 하며 몰아붙였다. 특히 정 장관이 세부적인 대책은 계획 중이라고 답변하자 국회에 비준을 요청하기 전에 확고한 대책을 마련해 농민을 설득하고 안심을 시켰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추궁했다.

14일 계속된 국회 청문회에서도 정부의 대미 쇠고기 협상이 충실하지 못했다는 질타가 이어졌다. 정부의 책임을 묻고, 대응책을 내놓으라는 지적에는 여야가 따로 없었다.

민주당 서갑원 의원은 미 축산협회 홈페이지에 이명박 대통령 취임 직후인 올 2월28일부터 한국정부의 쇠고기 전면 수입 재개 방침이 실렸다고 주장했다. 홈페이지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미 정부와 불화를 해결하고 싶어 한다. 한국은 월령범위를 확대할 것으로 예정돼 있다는 글이 아직 남아 있다. 서 의원은 그 시점은 이 단체 회장이 한국을 방문한 직후였다며 협상 시작 전부터 정부가 개방 방침을 정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서 의원이 너무 정치적인 면만 보는 것 같다고만 답했다.

4월 한미 쇠고기 협상이 뭔가에 쫓기듯 진행됐다는 지적도 또다시 나왔다.

민주당 김종률 의원은 한미정상회담이 열린 4월19일 직전에 협상단이 밤샘협상을 벌였다며 협상기간을 연장해서라도 한국의 입장을 관철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같은 당 윤호중 의원은 협상을 전후로 수입 재개가 부를 경제적 파급효과를 점검하는 경제장관회담이 단 한번도 열리지 않은 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느냐고 따졌다.

민주당 최성 의원은 한미 FTA는 투자자 소송을 허용했다며 광우병 발생시 한국이 수입을 중단했을 때 한국에 진출한 미국 쇠고기 수입업체가 소송할 때 무방비가 된다고 지적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이에 대해 한국 진출한 미국 업체만 수입이 금지되고, 한국업체는 허용되는 경우가 아니라면 소송 대상도 안 된다고 반박했다. 김 본부장은 이처럼 오해나 잘못된 이해가 걱정을 키운다며 아쉬워했다.

최성 의원은 미국에선 위험한 부위라며 학교 급식 금지대상인 고기가 한국에는 안정물질로 수입된다며 새로운 의문을 제기했다. 최 의원이 지목한 쇠고기 부위는 경추 횡돌기, 흉추 극돌기 등이다.

정 장관은 그런 주장을 펴는 이들이 있지만, 과학계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주장이 아니다며 어떻게 위험물질을 수입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한나라당 김광원 의원은 FTA 비준과 쇠고기 문제를 한번에 푸는 길은 정치적 해법뿐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의 사과담화 발표, FTA 비준안 및 재협상 촉구결의안의 동시 처리, 여야 영수회담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