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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부패정권 몰락 신호탄

Posted May. 13, 2008 08:30,   

미얀마를 강타한 사이클론 나르기스는 정권 유지를 위해 희생자 10만여 명과 이재민 150여만 명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원을 제약하는 군사독재 정권의 비인도적인 실체를 국제사회에 폭로하는 계기가 됐다.

이와 관련해 미국 일간지 보스턴글로브는 12일 국제 정치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자연재해는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며 재난 수습과정에서 정치적 변화가 생기기도 한다고 보도했다.

정치지형마저 바꾸는 자연재해=2004년 12월 동남아시아를 휩쓸었던 지진해일(쓰나미)은 미얀마 인근 국가의 정치지형을 바꿔 놓았다.

당시 인도네시아에선 12만여 명이 사망했고 11만 명 이상이 실종됐다. 피해가 컸던 아체 지역은 이슬람 분리주의자의 거점이었다. 쓰나미로 반군의 거점이 사라지고 외부 구호단체가 몰려들면서 정부군과 반군은 평화협상을 벌였다. 그 결과 아체엔 평화가 찾아왔고 지난해 자유선거로 반군 지도자 출신이 정계에 진출하게 됐다.

스리랑카 정부와 타밀호랑이 반군도 쓰나미 피해를 수습하기 위한 협력에 나섰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내전이 재개되면서 스리랑카는 옛 상태로 돌아갔다.

터키와 그리스는 숙적 관계이다. 하지만 1999년 터키 이즈미르 지역을 휩쓴 지진으로 4만5000여 명이 사망하자 그리스가 구호의 손길을 내밀어 양국 간 긴장 완화의 분위기가 무르익기도 했다.

자연재해는 국내 정치지형 변화에도 영향력을 행사한다. 자연재해가 적절치 못한 구호정권에 대한 불만화난 국민의 정권교체 요구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자연재해와 개혁의 관계를 연구한 런던 킹스칼리지의 마크 펠링과 캐슬린 딜 교수는 보스턴글로브에 정치 체제가 불안정한 국가일수록 더 큰 변화가 찾아온다고 말했다. 실제로 1970년 50만 명의 희생자를 낸 파키스탄 동부의 대형 사이클론 재해 이후 분노한 시위대는 결국 방글라데시의 건국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번 재해로 미얀마 군정 종식될까=국제사회의 움직임이 미얀마 정권 교체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은 최근 이번 사이클론과 군부의 헌법 찬반 투표 강행으로 인해 미얀마 국민들이 군부에 대한 불만을 공공연히 나타내고 있다고 전했다. 스코틀랜드의 선데이헤럴드는 국제사회가 이번 사태를 미얀마 군정 종식의 기회로 보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미국 대외원조기관인 국제개발처의 앤드루 나시오스 전 처장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미얀마를 침공이라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경없는 의사회 창립자인 베르나르 쿠슈네르 프랑스 외교부 장관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미얀마에 대한 인도적 접근을 요청했다고 영국 일간지 더타임스가 12일 전했다. 미얀마 군정의 동의가 없더라도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뜻이다.

쿠슈네르 장관은 1990년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대재난 발생시 개입 권리와 2005년 유엔 회원국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대량학살, 인종청소, 전쟁범죄 등에 대응한 희생자 보호 권리를 발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회원국들 간 이해관계가 엇갈려 유엔이 곧바로 행동에 나서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내외의 압력에 직면한 미얀마 군정이 외부의 지원을 받기도, 거부하기도 어려운 딜레마에 놓여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미얀마 군정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자신들의 운명도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이다.



김영식 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