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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어청수 청장, 경찰을 어떻게 바꿀지 밝혀야

[사설] 어청수 청장, 경찰을 어떻게 바꿀지 밝혀야

Posted April. 04, 2008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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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공공()의 적 수준으로 내몰리고 있지만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안양의 혜진예슬 양 납치 살해 사건과 일산 초등학생 납치 미수 사건에 대한 안이한 대응과 부실 수사는 경찰이 그동안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라는 본분에 얼마나 소홀했으며, 또 근무기강이 얼마나 무너져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일산경찰서로 달려간 것은 경찰에 대한 국민 불만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절감하고 몸으로 경찰에 경고를 보낸 것이다. 일견 과도한 것처럼 보이는 대통령의 행동에 비판보다 박수가 더 많이 나온 것도 경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그만큼 넓고 깊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경찰을 참 한심한 사람들이라고 한 것은 국민의 심정을 정확히 표현한 것이다.

경찰의 넋 나간 행태를 보면 잘못된 기강과 근무관행, 인사제도 등의 문제가 한계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경찰은 2003년부터 파출소 3, 4개를 통합해 지구대를 만들고 3교대 근무제를 실시해 왔지만 정작 민생범죄 대응과 치안력 강화에는 도움이 안 됐다. 그런데도 방치해왔다. 민생치안보다 경찰관들의 근무여건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지구대 소속 경찰은 인사고과에 도움이 되는 교통단속에 더 신경을 썼고 힘든 강절도 수사는 기피했다.

경찰청 직원 전용 게시판에 올라온 경찰관들의 사건 축소은폐 관행에 대한 내부 고발은 충격적이다. 말썽의 소지가 있는 사건들은 적당히 숨겨야 유능한 경찰관이라는 평가를 듣는다는 고발까지 있다. 여기에다 좌()편향 정권의 시국관과 경찰의 역할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경찰의 사기를 떨어뜨렸다. 경찰은 불법 시위대에 얻어맞으면서도 공권력의 수호자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이제 어청수 경찰청장은 이런 경찰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밝혀야 한다. 어 청장은 취임 후 경찰서와 파출소에 새롭게 달라지겠습니다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그러나 그동안 무엇이 어떻게 달라졌는가. 우리 아이들은 여전히 납치와 성폭행의 위험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 어 청장은 직을 걸고 경찰 쇄신방안을 내놓고 즉각 실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