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 박재승 공천심사위원장은 20일 새벽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자택 인근에서 가진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현재 상황을 절망이라고 표현했다. 박 위원장은 공심위가 공천에서 떨어뜨린 신계륜 사무총장과 김민석 최고위원을 당 지도부가 비례대표추천위원으로 넣자 강하게 반발한 뒤 공천 심사를 전면 중단했다. 그는 감정을 자제하려 애썼지만 깊게 응어리진 분노와 배신감을 곳곳에서 드러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손학규 대표는 두 사람을 추천위원으로 넣은 데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한다.
내가 (지역구 공천에서) 배제시킨 사람들과 얼굴 맞대고 회의를 할 수 있겠나. 상식 문제 아닌가. 상식을 갖고 얘기를 해야지. 결국은 너 알아서 해라. 나가려면 나가고라는 뜻이다. 그런 사람을 정신병원 데려가야 할지, 내가 가야할지 모르겠다.
당 대표와 사전 협의는 없었나.
내가 몇 번씩 얘기했다. 추천위 구성은 어떻게 되냐고. 그런데 대답이 없더라.
처음부터 추천위 구성권을 위임받아야 했다는 지적도 있다.
요구를 했었다. 하지만 너무하다라는 말이 있어서 관뒀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다.
선거가 코앞이어서 당 지도부가 물러설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있다.
그렇지 않다. (내가 업무를 거부하면) 나를 무책임한 사람으로 몰아붙일 것이다. 그 뒤에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새로 공심위를 구성해 자기들 마음대로 공천을 할 거다.
이번 추천위 건과는 별도로 다른 압력을 받은 적도 있나.
당에서 어디를 전략지역으로 하겠다고 나한테 통보하면 그 건에 대해서는 공심위가 권한을 행사할 수 없게 하자는 방안을 토론한 적도 있다. 전략공천이라는 게 엉뚱한 사람을 아무나 심는 게 아니지 않나. 또 나를 해촉하자는 논의도 수차례 있었다.
손학규 박상천 대표가 사과하면 복귀할 건가.
기대도 안 한다. 하는 행태를 봐라. 기본이 안된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대통령이 되면 어떻게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당 대표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인데. 실망했다. 이번 사건을 보며 너무 엉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민주당이 한나라당보다 현역의원 물갈이에서 뒤진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거기(한나라당)는 부잣집이니 이것저것 되는 것이다. 물갈이란 게 나갈 물이 있으면 들어올 물도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들어올 물은 적은데 나갈 물만 많지 않나.
강금실 최고위원이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
무슨 계산으로 그렇게 한 건지 모르겠다. 법무부 장관까지 했는데 뭘 그렇게 비례대표나 원하고 있다가 아예 출마를 하지 않겠다고 한 건지. 나는 강 장관이 지역구에 나가길 기대했다. (선거에서) 떨어져도 잃을 게 없는 사람 아닌가.
이번 공심위가 끝나면 무엇을 할 예정인가.
특별한 계획이 없다. 변호사 일을 안 한지도 8년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