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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락치기 총선

Posted March. 10, 2008 03:00,   

4월 9일 치러지는 18대 총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의 공천 작업이 늦어지면서 인물 및 정책 검증은 부실해지는 반면 조직 동원과 바람 선거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과 통합민주당은 휴일인 9일에도 총선 후보자 공천 심사를 진행했지만 각 당의 총선 준비 일정은 과거에 비해 한 달 이상 늦어지고 있다

비례대표를 포함한 299명의 국회의원 정수를 기준으로 했을 때 여당인 한나라당의 공천은 겨우 반환점을 돌고 있고 원내 1당인 민주당은 단 한 명의 공천자도 내놓지 않았다. 자유선진당과 민주노동당, 진보신당(가칭)도 창당과 분당 등의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공천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

2004년 415총선에서는 선거를 4050일 앞둔 2월 말에서 3월 초에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이 지역구 후보를 거의 다 발표했고, 2000년 413총선에서는 총선 두 달 전인 2월 중순에 주요 정당의 후보가 거의 확정됐다.

각 정당의 공천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대선과 새 정부 출범 등의 정치 일정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천 탈락자들이 탈당해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거나 다른 당에 합류, 또는 무소속 연대 등의 형태로 세력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일정을 늦춘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선거를 30일 앞둔 시점까지 어떤 후보가 어느 지역구에 출마하는지가 확정되지 않은 안개 속 총선의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의 부담이다. 한 표를 행사하고 싶어도 인물과 공약을 따져 볼 물리적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급조된 후보가 뒤늦게 지역구로 달려가더라도 현장과 밀착된 구체적 공약을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다급한 후보자들이 선거 브로커나 사조직 등에 의존하려는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어 과거의 조직 선거가 되살아나고 지역정서를 등에 업은 바람 선거가 재연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임성호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역대 총선에서 이처럼 공천 일정이 늦어진 전례를 본 적이 없다면서 유권자들이 합리적 판단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보니 지역주의나 정당 등 집합적인 요소에 이끌려 투표하는 비이성적 투표 양상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종구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