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피겨 스케이팅 여자 싱글 부문은 17세 동갑내기인 김연아(군포 수리고)와 아사다 마오(일본 추쿄대)의 라이벌 구도가 더욱 굳어진 형국이다.
3차 대회까지 끝난 올 시즌 시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서 각각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 두 선수의 연기는 단연 빛났다. 2차 대회에서 아사다가 총점 177.66점, 김연아가 3차 대회에서 180.68점으로 우승했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 그랑프리 파이널뿐 아니라 내년 3월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두 사람이 우승을 다툴 것으로 내다봤다.
둘의 새 프로그램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전문가들은 김연아의 경우 안정성을, 아사다의 경우 화려함을 가장 큰 특징으로 꼽았다.
교과서적인 점프의 위력
올 시즌 강화된 채점 기준은 교과서적인 점프를 구사한다는 평을 받던 김연아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 김연아는 쇼트프로그램에서의 점프 실수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점프에선 깔끔한 연기로 감점은커녕 오히려 가산점을 얻었다.
또 지난 시즌 한번도 시도 못한 트리플 루츠 점프(왼발 바깥날을 지지 날로 점프하는 것)를 성공시켜 지난 시즌보다 한 계단 기술이 발전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아사다는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모두 트리플 루츠 점프에서 지지 날이 잘못돼 점수가 깎였다. 아직 점프가 불안한지 자신의 최고 기술인 트리플 악셀(3회전 반 점프)도 선보이지 못했다.
안정적인 우아함 대 역동적인 화려함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주제곡에 맞춘 김연아의 프리스케이팅 연기는 안정적이고 우아했지만 스텝(회전과 발 교체 동작 등으로 이뤄지는 연결 동작)과 스핀 등 잔기술에서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환상곡에 맞춰 역동적이고 화려한 연기를 펼친 아사다에게 다소 밀렸다는 평가다.
대한빙상경기연맹의 이지희 심판 이사는 아사다의 두 발을 빠르게 바꿔가며 이동하는 기술이나 팔과 머리 등 상체의 움직임을 크게 한 스텝 연기는 매우 인상적이라고 평했다. 아사다는 스텝 연기에서 가장 높은 레벨 4에 0.4점의 가산점을 얻었고 프리스케이팅에서 시도한 4번의 스핀 연기에서 3차례나 레벨 4를 받았다.
김연아의 경우 스텝 연기에선 가장 낮은 레벨 1을 받았고 4번의 스핀 연기에서 레벨 4는 한 번밖에 없었다.
결론적으로 올 시즌 둘의 우위를 논하기엔 아직은 시기상조. 방상아 SBS해설위원은 연기 요소 중 가장 중요한 점프를 안정적으로 구사하는 김연아가 다소 우위에 있다고 말했지만 이지희 이사는 스핀과 스텝 연기에서 레벨을 높이는 것은 쉽지 않다. 아직 첫 연기가 끝났을 뿐이기에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