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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성 편지 제때 대응안해 사건 확대

Posted November. 12, 2007 06:16,   

이종왕(58사진) 삼성그룹 상임법률고문 겸 법무실장(사장급)이 9일 사직서를 냈다. 그는 이날 밤 삼성 전략기획실 임직원에게 보낸 e메일에서 삼성그룹 법무팀장을 지낸 김용철(49) 변호사가 제기한 삼성 비자금 의혹 등에 대해 거짓 폭로라고 비판했다. 그의 사직서는 12일 경 수리될 전망이다.

이 실장의 퇴진은 이번 주부터 본격화할 삼성 비자금 관련 검찰 수사를 둘러싸고 삼성과 김 변호사 측이 벌일 실체 공방의 전주곡이라는 관측이 많다.

거짓 폭로에 자괴감 느낀다=이 실장은 이 e메일에서 김 변호사 문제로 회사에 이루 말할 수 없는 피해를 끼쳐 법무 책임자로서 대단히 송구스럽다며 이 사건의 본질은 김 변호사가 거짓 폭로를 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김 변호사는 검사 출신 법조인으로서 삼성 임원으로 7년여 재직했다는 것을 근거로 사실을 교묘히 조작해 사실인 것처럼 믿게 하고 있다며 이런 파렴치한 행위를 하는 사람이 변호사라는 사실에 대해 같은 변호사로서 자괴감을 느낀다고 비난했다.

이 실장은 특히 김 변호사의 부인이 올 8, 9월 협박성 편지를 보내왔을 때 법과 원칙에 입각해 대응하지 말자는 의견을 경영진에 제시했는데 결과적으로 회사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 그 판단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사임 배경을 설명했다.

떡값 검사 논란에 대해선 삼성 임직원 가운데 떡값을 갖다 주라는 지시를 받은 사람이 있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이 실장은 사직서 제출에 앞서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 등록 취소 신청을 했다. 앞으로 법조인으로서 활동을 일체 하지 않겠다며 변호사 자격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그는 이학수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장과도 상의 없이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관계자는 이학수 실장이 밤늦게까지 탈진 상태가 될 정도로 설득했다고 전했다.

이종왕 실장은 사법시험 17회로 법무부 검찰1과장, 서울지검 형사부장, 대검 수사기획관 등 검찰 내 엘리트 코스를 거쳤다. 1999년 옷 로비 사건 당시 검찰 수뇌부와 갈등을 빚었을 때에도 이번처럼 사표를 던졌다.

협박 편지 내용 뭘까=삼성은 이날 김 변호사 부인이 세 차례 보낸 협박성 편지와 관련해 돈을 요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수형 삼성 법무실 상무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이 실장이 자신의 제의에 따라 회사가 이 편지에 대응하지 않아 사건이 확대된 데 대해 책임감을 느낀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삼성의 대응이 수세적이라는 지적에 대해 삼성이 김 변호사를 고발하면 개인과 삼성, 약자와 강자간의 싸움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게 되면 많은 이들이 심정적으로 약자 편을 드는 상황이 생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사실 관계를 밝히고 진상을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법적으로 대응하는 문제는 사실관계가 다 규명된 뒤 생각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실장이 사직하기 전에 사건부터 수습해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이번 사건은 상대적으로 단순하다. 사실관계가 쟁점이기 때문이다며 법리해석을 둘러싸고는 여러 의견이 있을 수 있지만 사실이 두 가지가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전지성 배극인 verso@donga.com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