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코스피지수는 나흘 연속 상승, 사흘 연속 사상 최고치 경신이라는 진기록을 이어 갔다. 주가의 상승 여력이 여전히 크다는 가격 메리트, 미국의 금리 인하, 중국 등 해외 증시 호조, 펀드 자금 유입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 등이 주가 상승을 이끈 원동력이다.
하지만 뒤집어 해석하면 한국 증시의 이런 호재들이 앞으로 추가 상승을 가로막는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제 가격 매력은 없다
한국 증시의 상승을 이끈 대표적인 요인은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비친 싼 가격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30% 이상 오른 한국 주가가 이젠 싸지 않다고 지적한다.
코스피200 종목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6.8배, 올 상반기 반기 실적을 적용할 경우 15.7배로 선진국 평균(15.7배)보다 같거나 높다. 한국 시장의 PER는 최근 2년간 11배 내외였다.
PER는 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것으로 수치가 낮을수록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주가가 과대 평가됐는지에 대해선 서로 다른 의견이 있지만, 적어도 실적 외 이유로 가치가 낮게 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이제 없다는 것이 증시의 일반적인 평가다.
중국 증시 폭락하면 후폭풍 가능성
한국 증시는 중국 인도 등 아시아 신흥시장의 동반 강세와 조선 철강 등 중국 관련주()의 강세에 힘입어 성장했다. 이 때문에 중국 증시 등의 향후 움직임은 한국 주가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 증시는 PER가 30배에 가깝고, 인도 증시도 24배나 된다. 중국 상하이()와 선전((수,천)) 증시의 주요 종목을 지수화한 CSI300지수 종목만 따지면 PER는 40배가 넘는다. 주가가 오른 속도가 워낙 빨라 내년 8월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면 거품론이 불거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만약 이들 시장의 주가에 거품이 끼어 있는 것으로 판명되고, 그 거품이 빠른 속도로 꺼진다면 한국 증시도 동반 폭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PER가 20배가 넘으면 거품으로 보지만 과거 일본에서는 50배 이상까지 간 적도 있어 어디까지를 거품으로 규정할 수 있는지 불확실하다며 거품이 무서운 것은 이처럼 언제 터질지 알 수 없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물가 상승 압력과 경기 둔화 조짐
지난달 미국의 금리 인하는 세계 금융 시장에서 투자 심리를 호전시켰지만 달러화 약세와 원자재 가격 상승을 초래했다. 중국에서도 경기 과열을 우려한 당국이 긴축 재정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세계 경제의 인플레이션 가능성은 언제든 증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삼성증권 김학주 리서치센터장은 각국 정부가 통화 환수를 고민하는 시기가 되면 주식 등의 자산 가격이 급락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경기 상승세가 둔화할 조짐을 보이는 것도 변수다. 하나대투증권 김영익 부사장은 8월 경기선행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7.4% 올랐지만 자체 분석한 9월 지수는 7.2% 상승하는 데 그쳤다며 10월 말이나 11월 초에 주가 조정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유동성 장세의 한계
한국 증시는 펀드 자금 등 풍부한 유동성이 뒷받침해 왔다. 뒤집어 해석하면 유동성이 줄어들 경우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의미도 된다.
나흘 연속 상승세를 보인 8일부터 11일까지 코스피지수는 62.82포인트 올랐다. 이 기간 동안 주가가 오른 종목은 366개, 떨어진 종목은 497개였다. 상승 종목이 하락 종목보다 적다는 것은 자금 여력이 일부 종목에 쏠렸다는 의미다.
대신증권 성진경 시장전략팀장은 하락 종목이 많은 채 지수가 상승하는 현상은 시장의 체력이 약화돼 대외 악재에 취약해졌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