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보복폭행 사건 은폐 의혹과 관련해 이택순 경찰청장의 퇴진을 주장한 황운하(44경찰종합학교 총무과장) 총경에 대해 경찰청이 당초 해직하려 했으나 경찰청 시민감사위원회의 반대로 징계 수위를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시민감사위원회 위원인 명진(조계종 봉은사 주지) 스님은 27일 시민감사위원회 위원장 함세웅 신부가 17일 시민감사위원회에 참석한 경찰청 감사관이 처음에는 황 총경의 해직을 주장했다. 우리 위원들이 수위를 낮춘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명진 스님은 25일 신문을 보고서야 황 총경 징계 방침을 알고 함 신부님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명진 스님은 5월 말 한화 사건과 관련해 이 청장의 징계를 요구하며 경찰청에 시민감사위원회 소집을 요구했다가 거부돼 사표를 제출했으나 수리되지 않았다.
그는 이 청장은 한화 김 회장 사건 직후 한화 유시왕 고문과 골프를 치고도 안 쳤다고 했고, 전화통화를 하고도 안 했다고 했다. 도둑놈이 도둑질하러 갔다가 잡혔는데 난 집에 들어가기만 했을 뿐 도둑질은 안 했다는 격이 아니냐며 징계를 요구한 이유를 설명했다.
시민감사위원회는 경찰 감찰 업무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2005년 6월 출범했다. 경찰청은 당시 경찰의 비리나 부정 의혹이 있을 때 위원회에서 의견을 제시하거나 조치하도록 권고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경찰청장이 최대한 존중해 정책에 반영하겠다고 강조했었다.
한편 황 총경에 대한 징계가 결정될 경찰청의 징계위원회를 앞두고 경찰대 동문을 포함한 경찰 내부에서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전현직 하위직 경찰관 모임인 대한민국무궁화클럽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부 전현직 경찰 수뇌부의 잘못을 지적하며 충언을 한 간부에게 보복성 징계를 한다는 것은 아랫사람의 입을 틀어막겠다는 것이라며 징계 방침 철회를 촉구했다.
전직 경찰 간부인 한경희(52) 씨는 이날 경찰청장이 황 총경을 부당하게 징계하려는 것은 부하직원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이다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경찰청 내부 전자게시판에도 이날 실명으로 이 청장을 비판하는 글이 줄을 이었다.
한 경찰관은 황 총경은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 줬다는 글을 올렸고 경찰청장은 (한화 사건과 관련해) 자신을 뒤돌아보라며 부당한 징계임을 지적하는 글도 올라왔다.
경찰 관계자는 총경급 이상 간부들도 실명을 밝히며 황 총경에 대한 징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며 정도가 심한 비판 글이 올라오면 선별적으로 삭제되고 있지만 워낙 글을 올리는 사람이 많아 다 지우지는 못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경찰대 총동문회는 29일 경찰청에서 열리는 징계위원회가 끝난 직후 청사 인근에 모여 황 총경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황 총경은 경찰대 1기 졸업생이다.
경찰대 총동문회 관계자는 우리는 황 총경을 지키려는 게 아니라 그로 상징되는 경찰 조직의 미래를 지키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하위직 경찰들이 주축인 웹사이트 폴네티앙 회원들도 29일을 황운하 데이로 정하고 같은 날 저녁 경찰청사 근처에서 모여 성명서 발표 등 집단행동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