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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미책임론 사태해결 도움 안돼

Posted August. 03, 2007 06:20,   

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2일 시민사회와 정치권에서는 인질 구출을 위한 미국의 역할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하지만 정부는 미국 책임론은 사태 해결에 도움이 안 될 뿐 아니라 반미 기류가 형성될 경우 국론을 분열시킬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경계했다.

범여권, 미국 역할론 목청=범여권 정치인들은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한 미국의 결단을 촉구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날 주한 미국대사관을 통해 한미동맹 우방으로서 납치된 한국인의 석방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에게 보냈다. 김 전 대통령은 주한 아프가니스탄대사관을 통해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에게도 서한을 전달했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도 이날 남아 있는 21명이 모두 미국인이라 생각하시고, 미국인을 구한다는 시각에서 구체적 해결책을 찾아 주시기를 호소 드린다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부시 대통령에게 보냈다.

우상호 조정식 최재성 등 범여권 의원 33명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이 이라크에서 납치된 자국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수감자와 맞교환했던 사례는 우리 국민에게도 적용돼야 한다며 공고한 동맹은 상대국 국민의 생명도 자국 국민의 생명처럼 소중하게 보호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아프간 사태는 반미와는 관계가 없다. 이런 일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것은 비인도적이라고 말했다.

이 전 총리는 우리나라, 아프간, 미 정부가 협의를 잘해서 하루 빨리 인질들을 살려내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인질범하고 협상하는 건데 우리 내부에서 반목이 생기면 정말 인질범에게 이용당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수수방관 vs 반미감정 자제=이날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에서는 해결의 실마리는 미국이 쥐고 있는데 미국이 수수방관한다는 비난과 우방 관계를 이용해야 하지만 무턱대고 비난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했다.

누리꾼 개구리왕눈이는 국내 반대 여론에도 미국의 강력한 요구로 한국군을 파병했지만 이제 미국은 나 몰라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누리꾼 헐크는 만약 자국민이 피랍됐어도 미 정부가 이 문제를 소홀하게 취급할 것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회사원 박진석(28) 씨는 지난해 미국이 미국인 기자와 포로를 교환했을 때와 달리 한국 인질들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누리꾼 hush puppy는 미국이 왜 나서야 하냐. 미국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면 한국 정부가 도와줄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누리꾼 군대스리가도 테러와의 협상은 없다며 원칙론을 고수했다.

대학생 김혜미(25여) 씨는 미국 역할론은 명분이 없다며 탈레반의 요구를 들어주면 학습효과가 생겨 이후 더 많은 피해자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40개 여성단체는 이날 서울 종로구 KT 광화문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랍 사태 해결을 위해 미국이 나설 것을 촉구했다.

정부, 미국 책임론 경계=정부는 일각에서 일고 있는 미국 책임론은 피랍사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태도를 분명히 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사태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아프간 정부라며 다른 나라의 역할을 과도하게 설정하는 것은 관련 당사자들의 협력을 이끌어 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정부는 미국을 포함한 관련국에 적극적이고 유연한 대처를 요구하고 있지만 이들이 아프간 정부보다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분명히 밝혔다.

정부는 탈레반 죄수 석방 요구와 관련해 미국을 비난하려는 움직임을 우려스럽게 보고 있다. 한국 피랍자와 탈레반 죄수 맞교환은 미국의 대테러 전쟁뿐 아니라 아프간 정부의 지위와도 맞물린 문제여서 미국이 맘대로 할 수 없는 복합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