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북구 효령동 지산초등학교 북분교장은 도심 속의 미니 학교다.
전교생이 42명, 교사가 6명인 이 학교는 2년 전 학생 수가 줄면서 분교가 됐다. 인구가 140만 명인 광주에 있지만 외곽에 자리한 데다 주변에 논밭이 많아 농촌학교나 다름없다.
지난달 29일 북분교장에서는 봄꽃처럼 화사한 웃음꽃이 피어났다. 학부모가 보낸 쑥떡으로 학생과 교사가 잔치를 벌였기 때문.
쑥떡은 2학년 쌍둥이 자매인 고현서(9), 은서 양의 어머니 박지숙(37) 씨가 집에서 만들어 보냈다.
현서 양 자매는 전날 같은 반 여학생들과 함께 학교 화단에서 쑥을 한 소쿠리 넘게 캤다.
박 씨는 아이들이 직접 반죽을 해서 별 모양, 하트 모양으로 쑥떡을 만들었는데 너무너무 좋아했다며 도심 학교에서는 선생님과 아이들이 떡을 나눠 먹는 모습은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지만 이곳 학교에서는 낯설지 않은 풍경이라고 말했다.
이 학교는 자연 속에 있다. 아담한 정문을 지나 운동장에 이르는 길은 소나무 숲이다. 봄이면 노란 개나리가 교정을 포근히 감싸고 화단은 분홍색 꽃잔디로 물결을 이룬다. 할미꽃, 민들레, 돌단풍, 붓꽃, 구절초 등 야생화도 지천으로 널려 있다.
이 학교의 교육방침은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놀고 배우도록 그대로 놔두는 것. 아이들 대부분이 학원을 다니지 않아 방과 후 학교는 아이들의 놀이터다.
아이들은 교실에서 뒹굴고 떠들고 놀다 심심하면 운동장이나 텃밭에 나가 흙놀이를 한다. 이런 아이들 때문에 학교는 오후 늦게까지 깔깔거리는 웃음소리로 넘쳐난다.
방과 후 특기적성교육이라고 해 봤자 연극, 과학탐구, 음악 등 3개가 고작이다. 이것도 배우고 싶은 학생만 참여한다.
대부분의 초등학교가 방과 후에 2030개의 특기적성교육을 하지만 이 학교 학부모들은 특기적성교육 최소화를 학교 측에 요구했다. 아이들이 학습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하고 싶은 것만 하도록 놔두는 게 최고의 교육이라고 생각하기 때문.
한때 폐교 위기를 맞기도 했던 북분교장은 2005년부터 신입생이 늘었다. 자연 속의 학교로 소문이 나면서 아토피 피부염 치료를 위해 입학하는 학생이 많아졌기 때문.
지난해 5명이었던 입학생이 올해는 11명으로 늘었다. 이 중 5명은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는 아이들.
전교생 가운데 아토피 피부염으로 고생하는 학생은 13명. 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증상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학부모들이 꾸미는 생태문화체험 프로그램도 이 학교의 자랑거리.
아이들은 매년 5월 중순 학교에서 가족과 1박 2일 캠프생활을 한다. 학교 주변 숲에서 야생화를 관찰하고 밤하늘 별자리를 보며 장작불에 고구마를 구워 먹고 교실에서 엄마, 아빠와 하룻밤을 지낸다.
추수 페스티벌은 가을에 열린다. 100여 평의 텃밭에서 나는 감자, 콩, 배추, 쑥갓 등을 수확한 뒤 학부모, 교사와 함께 파티를 연다.
겨울에는 효령마을 주민과 함께 허수아비 만들기, 영산강 습지 탐사, 도자기 굽기, 연날리기 등을 하며 농촌문화와 환경의 소중함을 배운다. 이 프로그램은 반응이 좋아 다른 학교 아이들도 참여한다.
1학년 담임이자 분교장을 맡고 있는 최영선(41여) 교사는 자연의 소중함과 공동체 의식을 심어 주려는 학부모들의 열성이 대단하다며 학생 수가 적다 보니 아이들 수준에 맞춰 학습지도를 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