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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타산지석멕시코

Posted April. 03, 2007 07:41,   

KBS가 맞나, 정부가 맞나? 지난해 6월 KBS 스페셜은 FTA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에서 국민 경제가 다 죽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거대 자본이 멕시코의 농촌과 기업을 완전히 장악해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고 노점상이 되거나 불법 이민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거다. KBS와 찰떡궁합을 자랑하던 정부가 이례적으로 즉각 반박에 나서 국민의 방송 KBS를 신뢰하던 사람들을 헷갈리게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KBS가 틀렸다. 인과()관계 분석 없이 모든 비극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탓으로 몰았다. 2005년 국제통화기금(IMF)의 보고서 중 글자 빼고 그래프만 봐도 멕시코의 NAFTA 이전과 이후는 크게 다르다. 역내 수출은 2배, 외국인 투자는 4배, 국내총생산은 2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노점상과 불법이민도 급증했다. 경직된 노동시장과 규제, 수준 낮은 교육이 그대로여서 소외계층이 더 밀려났기 때문이다. 멕시코에서 얻어야 할 교훈은 자유무역협정(FTA)을 발판삼아 구조개혁을 해야만 최대한 성과를 올릴 수 있다는 점이라고 IMF는 강조하고 있다. 멕시코는 금융개방을 해놓고도 관치()은행 보호에 매달리다 1994, 1995년 호된 외환위기를 겪었다. 막강 교원노조가 주장하는 평등교육 때문에 기술력을 키우지 못해 고부가가치 제조업으로 이동하지 못한 채 중국에 밀리고 있다. 2003년 추진했던 고용과 해고 자유화도 노조 반대로 좌절됐다. 에너지산업 등의 방만한 공기업과 부정부패도 끈질기게 남아 있다.

FTA는 만병의 근원도, 만병통치약도 아니다. 개방을 하고도 절반의 개혁으로 절반의 경쟁만 허용하면 효과도 반감될 뿐이다. 더구나 한미 FTA엔 교육 의료 서비스 등 우리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부분들이 빠져 있다. 우리 정부는 작년 2월 멕시코의 재정, 에너지, 노동시장 구조개혁 지연이 잠재성장률을 낮췄다고 분석했다. 문제와 해법을 알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정부부터 공공개혁을 시작해 진심을 보여야 한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