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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인구 줄어도 공무원은 늘었다

Posted March. 29, 2007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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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제외하고는 전국의 230개 기초지방자치단체 가운데 가장 인구가 적은 경북 영양군. 지난해 주민은 1만9697명이었다. 1974년만 해도 주민이 7만 명에 육박했지만 너도나도 살기 힘든 농촌을 떠나 32년 만에 주민이 3분의 1도 안 될 정도로 줄었다.

그러나 1970년대 300여 명이던 영양군의 공무원은 매년 꾸준히 늘어 지난해 말에는 488명으로 늘어났다. 2003년 이후 3년 동안만 무려 77명이 늘었다.

인구는 줄고 공무원만 늘어나자 영양군은 이번 달부터 31운동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공무원이 1인당 1년 동안 1가구를 군으로 전입시켜 인구를 늘리는 정책을 시작했다. 실적이 우수한 공무원에 대해서는 연말에 인사특혜 등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영양군에서 고추농사를 짓는 정모(64) 씨는 인구는 자꾸 줄어드는데 공무원은 갈수록 늘어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경남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의령군 역시 1968년에는 10만649명의 주민에 공무원이 297명이었으나 현재는 인구 3만988명에 공무원은 565명으로 늘었다.

부산의 경우에도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2만20003만8000명의 주민이 줄었지만 16개 구군을 포함한 부산시 전체 공무원 정원은 해마다 증가해 지난해까지 5년 동안에만 1932명이 늘어났다.

2001년 이후 매년 주민이 줄고 있는 강원도와 전남도 자치단체 소속 공무원도 2001년 이후 5년 동안 각각 1915명과 1465명이 늘어났다.

인구 증가율의 5배가 넘는 공무원 증가율=전국 자치단체 소속 지방공무원 정원은 외환위기 때 대규모로 삭감됐다. 1998년 구조조정을 통해 전체 정원의 20% 가까운 3만5100명을 줄인 것을 시작으로 국민의 정부 말기인 2001년까지 계속 감소했다.

그러나 2002년을 기점으로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정원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서 2001년 24만2797명이던 정원이 2006년에는 27만9826명으로 전국적으로 3만7029명이 늘었다.

같은 기간 전국의 인구는 2.8% 증가한 반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정원은 5배가 넘는 15.3%가 늘어난 것.

또 해마다 평균 7400여 명이 증가해 이 같은 추세라면 2년 후에는 외환위기 전인 1997년의 정원 29만1673명을 넘어서게 된다.

실제 경남 의령군의 경우에는 2000년 공무원이 470명까지 줄었지만 이후 6년 동안 95명이 다시 늘어나 이미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의 이 같은 증가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까지는 공무원 정원을 늘리려면 행정자치부의 승인을 얻어야 했지만 올해부터는 행정자치부가 자치단체별로 제시한 임금 총액 한도 내에서 자치단체가 정원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부산시 정수현 조직관리계장은 청년실업 해소나 고용 창출 면에서는 공무원을 늘리는 게 맞지만 인구 감소로 인한 행정수요 측면에서는 공무원을 줄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주민 체감 행정서비스 수준은 그대로=자치단체 공무원 증가에 대해 행자부와 자치단체들은 주민 행정 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해 복지공무원과 소방공무원 등을 늘렸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울산시 관계자는 (1997년에 비해 지난해 공무원이 576명 늘어난 것은) 1997년 광역시 승격 당시 경남도에서 소방공무원 배정을 적게 받아 소방공무원을 늘렸기 때문이라며 증원된 공무원 가운데 70%는 소방공무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행자부에 따르면 2002년 이후 2006년까지 자치구를 포함해 늘어난 울산시 공무원 정원 661명 중 소방직 공무원은 141명으로 21.3%에 불과했다.

전국적으로 사회복지직 공무원 정원은 2002년에서 2006년까지 4년 동안 1259명이 늘었다. 같은 기간 소방직 공무원 정원은 4902명이 증가했다.

두 직종의 공무원 정원 증가를 합쳐도 같은 기간 늘어난 전체 자치단체 공무원 정원 3만1685명의 19.4%에 그쳤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와 자치단체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체감 행정 서비스는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인천경실련 김송원 사무처장은 인천시 공무원이 4년 사이 1000명 가까이 늘었지만 행정서비스는 나아지지 않았다며 대부분 지자체가 행정 수요에 대한 면밀한 판단 없이 무조건 공무원을 늘리는 데만 신경을 썼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태일(행정학) 고려대 교수도 26일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열린 정책&지식 포럼에서 국민의 정부 임기 말에 비해 공무원 수가 증가했는데 불요불급한 증원도 함께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행정자치부의 한 간부는 자치단체장들이 진정으로 자치단체의 경쟁력 강화를 바란다면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무능 공무원 퇴출에 앞서 불필요한 업무와 인력에 대한 정비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