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원남동 삼성카드 콜 센터. 긴장감이 감돈다.
콜 센터 경력 8년차인 베테랑 상담원 이미향(28여) 씨가 헤드세트를 머리에 쓴 뒤 모니터를 보며 상담 대기 버튼을 눌렀다. 이제부터 전화를 받겠다는 신호다.
띠 소리와 함께 모니터에 메시지가 떴다. 첫 고객의 전화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점심시간을 빼고 꼬박 8시간을 근무하는 이 씨의 하루 중에서 가장 바쁜 시간이 시작됐다.
하루평균 불만신고 2600건 달해
이 씨가 오전에 받는 전화의 대부분은 카드 분실신고다. 삼성카드의 지난해 분실신고 접수 현황을 보면 많은 이가 잠에서 깨어나는 오전 78시 사이에 5만2122건의 분실신고가 접수됐다. 오전 7시 이전에 걸려 온 전화는 시간당 5000건에도 못 미쳤다.
출근시간은 대부분 89시. 분실신고가 2만8967건으로 확 줄어든다. 직장에 도착한 뒤인 오전 910시(8만3947건), 1011시(8만4371건)에 분실신고가 다시 폭증하는 것을 보면 출근길 지갑을 열어 보고 카드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깨닫는 사람도 많은 모양이다.
11시부터는 잠시 숨을 돌린다. 점심시간에는 시간당 전화가 6만 건대까지 떨어진다.
하지만 잠시. 이 씨의 오후는 더욱 힘들다. 오전에는 대부분 다급한 분실신고라 한 통화에 3분 이상 걸리는 일이 드물지만 오후 1시부터는 대부분 10분 이상 이어지는 불만전화가 걸려 온다.
삼성카드 콜 센터의 하루 평균 불만전화 건수는 약 2600건. 700명이 1인당 하루 4건 정도를 맡는다.
1월에는 두둑하고, 5월에는 빈 주머니
삼성카드 콜 센터는 송년 모임이 많은 12월과 각종 문의전화가 겹치는 1월에 비상이 걸린다.
12월에는 9만 건이 넘는 분실신고 전화가 걸려 왔다. 월평균 분실신고(약 7만5000건)를 감안하면 20% 정도 많은 것이다.
1월에는 연말정산 서류 보완에 따른 소득공제 문의가 이어지고 연말에 받은 상여금으로 카드대금을 미리 갚겠다는 요청도 크게 늘어나 비상대기가 이어진다.
삼성카드 CRM운영팀 김일훈 과장은 카드대금을 미리 갚겠다는 전화는 월평균 약 12만5000건인데 매년 1, 3, 6월에는 각각 14만 건이 넘는다며 많은 기업이 이때 상여금과 연월차 수당을 지급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월에는 카드대금을 앞당겨 갚으려는 고객이 많지만 5, 6월에는 돈이 모자라 신용카드를 더 쓰겠다는 전화가 평소보다 10% 이상 증가한다. 결혼철 목돈이 필요한 예비 신랑신부가 많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