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 국정홍보라인 실세들이 지난해 3월 국정홍보처 소속 영상홍보원 장동훈(51) 원장에게 사표를 내도록 직간접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국정 방송인 KTV를 운영하는 영상홍보원의 원장은 공모를 통해 선발되며, 장 전 원장의 계약기간은 2003년 9월부터 2005년 12월까지 2년 3개월로 9개월의 임기가 남아 있었다.
장 전 원장은 본보 기자와 만나 지난해 3월 새로 임명된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이 (나를) 사무실로 불러 청와대 대변인,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국정홍보처장 등 국정홍보라인이 바뀌었으니 원장도 사표를 내야겠다고 압력을 넣었다고 전했다.
장 전 원장은 청와대 대변인과 국정홍보처장이 바뀌는 게 영상홍보원장과 무슨 관계가 있나. 국정 홍보를 위해서라면 차라리 KBS 사장을 바꿔야지. KTV의 영향력이 뭐 있냐면서 김 처장이 사표 제출을 종용하기 전 3, 4개월간 위로부터 견디기 힘든 압력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1, 2월에는 갑자기 국정홍보처에서 사람들이 와서 내 개인에 관련된 서류 및 직원평가 서류, 다면평가 결과 등 일체의 서류를 싣고 가기도 했다. 처음엔 이 조직의 관례인가 했는데 직원들이 그런 적은 없다고 했다. 한 조직의 기관장으로서 그런 압력을 받으면 계속 일하기 어렵다고 외압의 구체적 행태를 털어놨다.
또 장 전 원장은 당시 이백만 국정홍보처 차장(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이 프로그램을 이런 식으로 해라, 자막은 이런 식으로 하고 색깔도 이런 식이 좋겠다는 지시를 직간접으로 많이 했다며 말했다.
그는 이 차장이 영상홍보원의 4, 5급 실무자에게 지시하기도 하고, 직접 찾아와 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스튜디오에서 지시하는 월권행위를 하기도 했다며 방송 내용이 마음에 들었으면 직접 와서 그런 지시를 할 리가 있겠느냐. 계약직이라 일방적으로 그만두게 할 수 없으니 사표를 요구한 게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이 차장은 올해 2월 대통령홍보수석으로 자리를 옮긴 뒤 당시 유진룡 문화관광부 차관에게 인사 청탁을 했다가 거절당하자 유 차관을 경질하도록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국정홍보처는 장 전 원장이 퇴임한 직후인 지난해 4월 후임 원장을 공모해 언론노보와 미디어오늘 기자 출신으로 대통령홍보수석실 행정관(3급)을 지낸 정구철 씨를 원장으로 임명했다.
정부의 인사 관계자는 정무직도 아닌 임기가 보장된 개방형 공모 원장을 홍보라인 개편을 이유로 들어 일방적으로 사표를 종용하는 것은 월권을 넘어선 위법 행위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