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프로야구 올스타전이 벌어진 잠실야구장. 본 경기 전 이벤트로 열리는 홈런 레이스를 1시간 여 앞둔 시각 서군 더그아웃 뒤 쪽의 LG 실내 연습장이 시끄러웠다.
홈런 레이스에 나서는 현대 이택근(26)이 그물을 향해 열심히 공을 때리며 타격 연습을 하고 있었던 것. 그냥 가볍게 몸만 풀고 있는 다른 참가 선수들과는 대조적이었다.
연습한 보람이 있었는지 예선에서 가장 많은 4개의 홈런을 때렸고 결승에서 양준혁(삼성)을 제치고 홈런왕에 올랐다.
이택근은 사실 올스타 전 홈런 레이스를 몇 주 전부터 준비했다고 했다. 데뷔 4년 만에 감독 추천으로 올스타전을 처음 밟은 그가 얼마나 의욕적이었는지 보여주는 대목. 동시에 현재 그의 위치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올 시즌 개막과 동시에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나타난 이택근의 등장은 한편으론 생뚱맞았다. 일반 팬들은 도대체 이택근이 누구냐라는 반응이었고 전문가들은 그가 반짝 스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이택근은 5월 한 때 극심한 슬럼프를 겪고도 전반기를 타격 1위(0.336), 최다안타 2위(85개), 장타력 2위(0.522), 타점 4위(46점)로 마쳤다.
팀 내에서 그는 독종으로 통한다. 경남상고-고려대를 졸업하고 2003년 포수로 현대에 입단해 3년 간 줄곧 백업으로만 맴돌다 올해 처음 풀타임 선발 출전하게 됐으니 그럴 만하다.
포수에서 내야수를 거쳐 외야수로 활약하는 그를 멀티 플레이어 전천후선수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에게 이 말은 아픔이다.
방망이 실력은 일찌감치 인정받았지만 수비 포지션에서 주전을 밀어낼 정도의 실력이 안됐던 것. 지난해까지 그는 차라리 이런 상태라면 군대에 다녀오겠다고 구단에 말하기도 했다.
6개월의 힘든 포지션 변경 훈련 끝에 올 시즌 현대 외야의 한 축을 맡았고 뛰어난 성적도 내고 있지만 그에게 방심이란 없다. 이제 내심 12월 도하 아시아경기대회에도 참가하고 좋은 성적으로 병역도 해결하려는 욕심이 있다. 그러기 위해선 자신의 존재를 사람들에게 더 깊이 각인시키고 싶은 것. 올스타전을 남보다 두세 배 준비한 이유도 여기 있다.
이택근은 후반기라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다. 이전과 똑같이 경기에만 집중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