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치료를 받기 위해 진 빚만 1000만 원이에요. 이번엔 꼭 성공해야죠.
김현숙(가명•27•여) 씨는 10일 배란유도주사를 맞기 위해 울산시의 한 산부인과를 찾았다. 배란유도주사만 벌써 100여 번이나 맞았다.
그는 지난해 2차례 인공수정에 실패한 뒤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이달 초 시험관아기 시술을 신청했다. 이를 위해 앞으로 배란유도주사를 10번이나 더 맞아야 한다.
2001년 남편(36)과 결혼한 김 씨는 4대 독자인 시아버지를 볼 때마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다.
그는 한 차례 진료비와 약값으로 10만 원 이상씩 들었고 인공수정 시술비로 200만 원 이상을 냈다. 남편은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했지만 월급 150만 원으론 진료비를 대기 어려웠다.
김 씨는 불임 가족들은 많게는 수천만 원씩 빚을 지고 있다며 불임 치료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으니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불임 환자들은 김 씨처럼 경제적 고통까지 겪고 있다. 2003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544세의 가임 기혼여성 639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가운데 26.6%가 비용 부담 때문에 불임 치료를 중단했다고 대답했다. 이들 가운데 83.2%는 불임 치료 비용이 가정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인공수정은 1회 시술비와 약값을 합쳐 100여만 원, 시험관아기 시술은 1회 시술비와 약값을 합쳐 300여만 원이 든다. 인공수정은 보통 8, 9회, 시험관아기 시술은 3, 4회 받아야 임신에 성공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병원을 찾은 불임 환자는 2000년 5만2816명에서 지난해 13만2365명으로 6년 새 갑절 이상 늘었다. 이들은 갈수록 출산율이 떨어져 고령화 사회의 부작용이 거론되는 가운데 아이를 낳기 바라면서도 비싼 비용 부담 때문에 마음 놓고 불임 치료를 받기 힘들다.
정부는 올해 465억 원을 들여 전국의 불임 여성 1만6426명을 선정해 시험관아기 시술비로 1인당 1년에 최대 300만 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까다로운 신청 조건 때문에 마감일인 지난달 31일까지 신청률이 78.9%에 그쳤다. 신청 기준은 월평균 소득이 도시근로자 평균 소득의 80% 이하(2인 가족 기준 242만 원)인 만 44세 이하의 불임 부부.
정부의 지원은 시험관아기 시술에 한정돼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차병원 불임센터 최동희(49•여) 교수는 시험관아기 시술은 불임 치료의 마지막 단계라며 조기 진단과 배란유도제 처방, 인공수정까지 지원 분야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출산지원팀 김혜선(45•여) 팀장은 적자 재정인 건강보험으로 위급성이 떨어지는 불임 시술을 지원하기는 어렵다며 불임 부부 지원액을 단계적으로 늘려 2010년 최대 600만 원까지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