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과학적 관리법을 동원해 경영 혁신에 나선 지 100년이 돼 간다.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던 철강회사에서 근로자의 표준작업을 연구해 충격을 주었던 미국의 프레더릭 테일러는 1911년 과학적 관리의 원칙을 발표했다. 1913년엔 헨리 포드가 도축장 작업에서 힌트를 얻어 컨베이어 방식을 고안했다. 이 덕분에 자동차 조립 시간이 종전의 10분의 1로 단축돼 대량 생산 시대를 앞당겼다.
195070년대 일본 기업들은 전사적 품질관리(TQM)를 운동으로 발전시켜 생산성을 높인 결과 경제 대국으로 거듭났다. 1980년대 미국 기업들은 일본 기업에 밀려 경쟁력을 잃어 갔다. 미국 기업인들에게 큰 충격을 준 NBC방송의 품질관리 관련 다큐멘터리 제목은 일본은 하는데 우리는 못한다고?였다. 정부와 산업계, 학계는 미일 간 경쟁력 차이가 품질에서 나온다고 결론을 내리고 경영 혁신을 후원했다. 당시 상무장관 이름을 딴 맬컴 볼드리지(MB) 품질상()이 1987년 제정됐고 많은 기업이 이 상에 도전한다.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한다. 1990년대 초 미국 기업들은 불필요한 업무 흐름을 제거해 성과를 극대화하는 BPR(Business Process Reengineering)를 받아들였다. 이어 GE가 성과를 본 것을 계기로 6시그마가 세계에 퍼진 지 10년이 됐다. 6시그마는 모든 업무 흐름을 측정 분석해 불량률을 줄이는 등 전()방위 혁신 방법이다.
요즘은 정부도 혁신을 말한다. 정부 내에 추진 조직도 만들어졌고 담당 공무원도 생겼다. 기업이 하는데 정부는 못한다고?라고 결심했다면 환영할 일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12일 정보통신부 혁신 행사에 참석해 혁신으로 일 잘하는 공무원은 철밥통이면 어떻고 금밥통이면 어떠냐고 말했다. 엄청난 혁신이라도 했다는 얘기인가. 공무원 사회에 철밥통 깨기 개념을 더 강조해야 할 상황 아닌가. 비용과 효율 개념도 약한데 공무원 증원에 증세() 주장을 일삼고 철밥통을 당연시하는 것은 세계의 흐름과도 안 맞는다.
홍 권 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