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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FTA협상 기선잡기 하나

Posted April. 03, 2006 03:00,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달 31일 국가별 무역장벽에 관한 연례 보고서를 통해 한국정부의 서비스분야 투자제한 및 수출지원 정책을 비판했다. 25쪽이나 되는 한국 보고서는 한국의 우체국보험, 오토바이 규제 등 세밀한 항목 하나하나까지 문제 삼았다.

보고서를 보면 곧 시작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과정에서 미국이 취할 공세 대상을 짐작할 수 있다.

수출지원 정책=보고서는 한국 정부의 수출지향형 산업정책을 두고 여전히 지나치게 수출 의존형 경제발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동차 반도체 조선 철강을 비롯한 전통적 수출산업과 반도체장비 통신장비 등 차세대 수출산업에 대한 정부 장려 문제를 거론했다. 보고서는 정부 차원의 산업지원정책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넘어서지 않도록 한국 정부에 촉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영화 부진=2005년 1년간 공기업 민영화가 1건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최근 정부가 한국가스공사와 인천국제공항을 즉각 민영화할 계획이 없다고 밝힌 점도 거론됐다. 또 공적자금 투입 이후 정부지분이 79%나 되는 우리금융지주회사의 주식을 민간에 파는 민영화 계획이 연기된 데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즉, 하이닉스반도체가 경영악화에 빠졌을 때 우리은행이 주도한 대출연장 등의 조치는 정부차원의 보조금 지급행위로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의 주장을 반복한 셈이다.

보험규모로 네 번째인 우체국의 금융서비스가 다른 국내외 금융사에 부당한 피해를 줄 수 있다며 특혜 철폐를 주장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가 개선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필요하다고 썼다.

오토바이 산업=한국 법규가 오토바이 운전자의 주요 간선도로 진입을 규제하는 바람에 미국산 오토바이 판매가 가로막혔다고 지적했다. 이런 규제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것이다. 미국은 중대형 오토바이 시장의 강자다.

보고서는 또 저작권자의 사망 후 50년으로 돼 있는 한국의 저작권법 조항을 국제흐름에 맞도록 사후 7095년으로 늘릴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타=유선과 위성방송 등 여러 미디어 산업에서 외국인 투자 제한을 유지하고 있다. 또 한국 의약의료시장에는 여전히 부패가 만연하고 있으며 복잡한 유통체계와 불투명한 정부 결정과정도 문제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김승련 srkim@donga.com